[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플라스틱 재생원료 유해성 논란 잇따라
플라스틱 순환경제, 재생원료 내 유해성 관리 가능해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팀은 지난달 11일 인도 등 13개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분석한 결과 살충제와 의약품 성분 등 수백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영국 런던 브루넬대 연구원들이 재생원료가 함유된 페트병에서 새 페트병보다 더 많은 화학물질을 배출할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됐다. 그 이전에는 전자제품 폐플라스틱 재생원료로 만든 장난감에서 브롬화 난연제가 검출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최근에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플라스틱 재생원료 유해성 논란은 가볍게 지나가서는 안 된다. 빗발치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재활용을 통한 재생원료 사용 확대로 돌파하려는 플라스틱 산업계는 더욱더 현재의 논란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재생원료 사용량이 많아지고 사용범위가 넓어질수록 재생원료 유해성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독성의 경로는 다양하다. 비스페놀, 프탈레이트, 과불화 화합물, 브롬화 난연제 등 착색, 착향, 내열 등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되는 다양한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합성되는 다양한 부산물 혹은 의도하지 않게 첨가된 불순물도 엄청나게 많다. 살충제나 각종 화학약품을 담은 용기에 남아 있는 내용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유해물질 관리가 정교하지 않으면 재생원료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재활용 횟수가 누적될수록 플라스틱 제품 내 유해물질이 농축될 수 있다.
쓰레기로 배출되는 각각의 플라스틱에 어떤 유해물질이 섞여있거나 묻어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있고 해당 정보를 활용해 선별 및 재활용 과정에서 유해성을 능수능란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분리배출, 선별, 재활용 시스템과 기술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같은 재질 중심으로 선별하다 보니 유해물질의 종류와 양을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재생원료 내 유해물질 함유 실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알기 어렵다.
플라스틱 오염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혹은 전문가 중에는 플라스틱을 유독 폐기물로 분류하고 재활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플라스틱 재생원료 유해성에 관한 통제가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지지 않는다면 이런 주장을 단순하게 비현실적인 극단적 주장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양만 늘린다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가려면 재활용 양을 늘리면서도 재생원료 내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폐기물 배출부터 재생원료의 생산 및 유통 관련 물질흐름 전 과정에 대한 통계관리가 상세해야 하고, 용도별 재생원료의 유해성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폐기물 종류별 유해성 정보를 기준으로 깨끗한 폐기물만 따로 모으거나 유해한 폐기물을 따로 모아 일반적인 폐기물 흐름에서 배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폐기물 관리에서 보증금 방식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재활용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적 대응도 강화돼야 한다.
재활용이 플라스틱을 구원하려면 재생원료의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그럴수록 재활용 비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저렴한 재활용을 원한다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없다. 플라스틱 산업의 딜레마다.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싸고 쉽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