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은 자퇴 시 개인정보 자동 제공
고등학교는 동의 없으면 연계 안 돼
'자동연계' 법안은 심사 없이 계류 중
매년 2만 명이 넘는 고등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지만, 학교를 대신해 이들에게 교육, 진로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학업중단 정보를 받지 못해 이들의 존재를 알 길이 없다. 이런 정보 연계 허점을 메우는 법안이 9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도록 법안 심사조차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에 따르면 해당 법안(학교밖청소년법 개정안)은 올해 4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로 발의됐지만, 6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한 이후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법안은 고등학교에서 제적·퇴학되거나 자퇴한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 자동으로 이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생이 학교를 그만둘 경우 학생 개인정보는 지원센터로 자동 전달되고 이후 학생이 6개월 안에 정보 보유에 동의하지 않으면 파기된다. 반면 고등학교는 학생 동의를 받아야 개인정보가 연계된다. 학업중단 청소년의 '선(先)정보제공 후(後)동의' 절차를 고등학교로 확대하는 것이 법안 취지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개정안에 먼지가 쌓이는 건 여가위 법안심사소위가 올해 2월, 5월, 6월 단 세 차례만 열리며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여가위는 국회의원이 다른 상임위 활동을 병행하며 겸임하는 상임위라는 점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21대 국회는 법안심사소위를 한 달에 3번 이상 열도록 하는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여가위와 같은 겸임 상임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는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학업중단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법을 개정해 위기 청소년 보호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업중단 학생은 2020년 3만2,027명에서 2022년 5만2,98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만3,981명(45%)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학업을 중단했다.
학교를 넘어 사회 전체와 단절되는 '은둔 청소년' 보호체계 강화도 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는 개인정보가 연계된 청소년 가운데 지원센터에 등록하지 않은 이들을 중심으로 은둔 청소년을 찾아내고 있는데, 고등학교의 경우 정보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청소년은 사회에 진출하는 확률이 낮아 일본에서는 이들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출발점으로 본다"며 "정보 연계로 이런 청소년을 보호 체계로 들어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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