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엔 게임업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이 “영상 속 캐릭터가 ‘집게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며 남성혐오 의혹을 제기하자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번진 것이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작가가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의미의 남성혐오 표식을 숨겨놓은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영상을 제작한 하청업체는 사과문을 냈고,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문제의 포즈를 그렸다고 알려진 여성 작가는 난타를 당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실상은 어처구니없다. 문제의 포즈는 콘티에 따른 연속 장면 중 하나로 이 여성이 아니라 40대 남성이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 콘티 검수도 50대 남성 총괄감독이 했다. 그런데 이 여성이 과거 SNS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남초 커뮤니티가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원청사인 넥슨은 이런 사실관계 조사도 없이 하청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 메시지를 내고 관련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하청사가 사과문을 내고 여성 직원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거짓으로 밝힌 것도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업체 관계자는 언론에 “여론과 넥슨의 압박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고 밝혔다. 넥슨 측도 대본과 영상을 수차례 확인하고 검사하는 과정을 거쳐놓고 악성 유저들과 함께 하청업체와 여직원에게 돌팔매질을 한 것이다.
게임업계는 주소비층인 남성 게임 유저들의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회사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다. 심지어 업계에는 페미니스트 오해를 받지 않도록 여직원들에게 개인 SNS 계정을 삭제토록 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왜곡에 기초한 남성혐오를 근절한다는 미명 아래 페미니즘 혐오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고용노동청이 게임회사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악성 유저들의 ‘마녀사냥’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할 확실한 근절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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