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테러범에 맞서던 자국민 사살한 IDF
총리 "민간인 무장 필요...대가 치른 것" 발언
AP "군·경찰 과도한 무력 행사 드러낸 사건"
출근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당시 테러범에 맞서던 한 이스라엘 시민이 자국군에 의해 오인 사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 당시 이스라엘 시민인 유발 캐슬먼(38)이 그를 테러범으로 오인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이날 오전 예루살렘 인근 버스 정류장에선 무장 테러범 2명이 민간인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반대편 길로 통근 중이었던 캐슬먼은 차를 멈추고, 현장으로 달려와 테러범들에게 총을 쏘며 맞섰다. 이후 군인들이 다가오자 그는 테러범으로 오인당하지 않기 위해 총을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공중에 들고 “쏘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군인 한 명이 캐슬먼에게 총을 발사하며 그는 현장에서 숨졌다. 테러범 2명도 IDF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테러범에 맞서던 시민이 도리어 자국군에 의해 사망하자 이스라엘 여론은 분노로 끓어올랐다. 캐슬먼의 유족들은 그가 ‘처형당했다’고 호소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은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그들(IDF)은 계속 총을 쐈다”고 비난했다.
설상가상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그는 “민간인 무장은 많은 경우 생명을 구하고 대형 참사를 예방한다”며 “(민간인 총기 소지) 정책은 유지돼야 하며 누군가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테러를 저지하려다 사살된 시민에게 죽음의 책임을 돌린 셈이 된다.
반발이 커지자 전시 내각에 참여 중인 제1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그는 영웅으로, (이 사건은) ‘그게 인생’이 아닌 미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교훈을 배워야 할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지극히 영웅적인 행동으로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안타깝게도 자신도 살해당한 끔찍한 비극”이라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두고 AP통신은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 등이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간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은 IDF가 무장해제된 사람과 무고한 시민들에게까지 해를 입히고 있지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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