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미반환 '캠프 스탠리' 주변 가보니
“주력 미군기지가 하루빨리 반환돼야 의정부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4일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에서 만난 김종훈(53)씨는 마을 건너 야산의 ‘캠프 스탠리'(면적 245만7,542㎡)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캠프 스탠리는 의정부에 있는 8개의 주한미군 공여지 중 유일하게 아직 반환되지 않은 곳이다. 김씨는 “캠프 스탠리는 의정부로 들어오는 얼굴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있어 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찾은 캠프 스탠리는 2018년 미군 병력이 철수해 사실상 폐쇄된 지 5년이 지나 병력이 오고 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높이 5m는 돼 보이는 회색 담벼락과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기지의 일부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도로 건너편 고산 택지지구에 고층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과 달리 기지 주변 마을은 낡은 가옥과 빈 상점이 즐비해 황량한 분위기였다.
의정부시는 지역 내 공여지 8곳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서울 접근성도 좋은 캠프 스탠리 반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곳에 대규모 정보기술(IT)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군이 헬기 중간 급유지로 사용하고 있어 반환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정부와 국회 등을 향해 “70년간 안보전진기지로 희생된 의정부의 발전을 위해선 캠프 스탠리의 조속한 반환이 절실하다”고 요청했으나,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인근 동두천시도 미군기지 반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속을 태우고 있다. 동두천시는 시 전체면적(95.66㎢)의 42.47%(40.63㎢)를 6개의 미군기지로 내줘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군기지가 주둔한 곳이다. 2003년 전국의 미군기지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기지 반환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기지 5곳의 전체 또는 일부(23.21㎢)가 반환됐다. 하지만 평지 지형에다 동두천 한복판에 자리해 활용가치가 가장 큰 캠프 케이시(14.15㎢) 반환이 당초 약속과 달리 10년 넘게 지연되면서 지역 숙원인 공여지 개발은 요원한 상태다. 동두천시는 캠프 케이시에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해 꺼져가는 지역 경제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직접 실력 행사에 나섰다.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13일 국방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캠프 케이시 반환 등 정부 차원의 정당한 보상을 촉구할 방침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반환 대상 미군기지 80곳 중 69곳이 한국 정부로 넘어왔고, 의정부 캠프 스탠리, 동두천 캠프 케이시 등 11곳은 미반환 상태로 남아 있다.
반환된 미군공여지 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003년부터 20년간 반환이 완료된 전국의 미군기지 69곳 중 실제 개발까지 마무리된 곳은 부산 캠프 하야리아(시민공원ㆍ도로), 의정부 캠프 시어즈(광역행정타운) 2곳뿐이다. 부분 개발이 완료된 캠프 에세이욘(의정부 을지대병원) 등을 포함해도 7곳 정도다. 국가주도 사업 규모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라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여지 개발은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기반해 추진하는데, 현행법에선 캠프 1곳당 1,000억 원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해 지자체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지방비 분담 비율을 낮추고, 규제도 풀어 민간사업자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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