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전문의 나영무 솔병원 원장 30년 경험 녹여 만든 운동법
나 원장 6차례 수술·36차례 항암치료 후 운동으로 말기암 이겨내
"스포츠로 체력 키우는 것 아니라 체력 키워 스포츠 즐기는 것"
가정·사무실에서 맨손으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짜여져
나이 들면 '약하게 자주 하는 것'이 부상을 줄이는 요령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누운 채로 무릎을 세워서 허리를 풀어주며 근육과 관절을 깨운다. 오전 6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해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면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출근이라는 워밍업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허리와 골반, 어깨, 날개 뼈 등의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입원실을 돌며 환자들을 살핀다. 이후 오전 진료나 오후 진료 도중 짬이 나면 다리를 8개 방향으로 들어 올리거나 벽에 대고 팔굽혀펴기, 무릎을 50~60도 정도만 굽혀서 앉았다 일어나는 미니 스쿼트 등을 하며 근력을 키운다. 진료가 없는 시간에는 병원 인근에서 걷기 운동을 한다. 퇴근 후 일주일에 두세 차례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올해 61세인 스포츠재활전문의 나영무 솔병원 원장의 하루 일과다. 축구 국가대표팀과 김연아 박세리 윤성빈 등 스포츠 스타들의 재활 치료 주치의였던 나 원장의 운동은 일주일에 두세 차례 가는 헬스클럽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진다. 일상 속에서 아무 때나 맨손 또는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운동들로 짜여 있다.
다리를 여러 방향으로 들어 올리고, 발뒤꿈치만 들었다 놨다 하는 나 원장의 운동 시범을 보면서 “과연 운동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쉬워 보였다.
하지만 나 원장이 선보인 이 운동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를 살려낸 기적의 운동법이기도 하다. 나 원장은 5년 전인 2018년 암세포가 간과 폐까지 전이된 직장암 말기(4기) 진단을 받았다. 6차례 수술과 36차례 항암치료라는 근본적인 암 치료 과정이 있었지만 나 원장은 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이 운동법의 힘이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확실히 운동을 하고 나면 통증도 줄어들고 피곤함이 줄어들었다”면서 “에너지가 생긴다고 할까, 뭔가 이겨낼 새로운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운동이 암 환자만을 위한 운동법은 결코 아니다. 애초 나 원장은 100세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로 이 운동법을 마련하면서 ‘백세 운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30년 넘게 직접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상 없이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모아 만든 것이다.
나 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체력 운동으로 몸에 에너지를 비축해서 스포츠를 하거나 일을 해야 하는데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친 활동을 하다 보면 몸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자신에게 맞는 제대로 된 운동 방법을 모른 채 힘들게, 잔뜩 땀 흘리며 하는 운동은 오히려 몸을 골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체력 운동은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 원장 역시 ‘백세 운동’을 꾸준하게 하기 시작한 것은 암 발병 이후부터라고 고백을 했다. “암 진단 받기 전보다 요즘 체력이 더 좋다”는 나 원장은 “암 발병 전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는데 체력에 비해 무리를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체력에 맞게만 하면 되는데 그 이상 하게 되면 우리 몸에 산화 현상이 일어나고 활성산소가 많아지면서 몸에 염증이 생긴다. 내가 그 케이스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세 운동’은 근력 운동뿐 아니라 유연성과 근지구력, 민첩성, 순발력, 균형력, 평형력 등을 골고루 발달시키도록 구성돼 있다. 나 원장은 “유연성은 몸의 부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통증을 줄어들게 만든다”면서 “근력은 힘 있게 살기 위해 필요한 운동이며, 유산소 운동은 주로 심장과 폐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인데 이를 골고루 발달시켜야지만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층은 젊었을 때 하던 운동을 피하기보다는 약하게 반복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나 원장은 권했다. “스포츠를 통해서 체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키워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라는 나원장은 “40세가 넘어가면 근육량이 해마다 1%씩 줄어들기 때문에 근력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나이가 들면 강하게 하던 운동을 약하게 하면서 자주 하는 것이 부상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나 원장이 매일 하고 있는 운동으로, 직장 또는 가정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백세 운동' 동작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①8시 방향으로 다리 들어 올리기
골반과 고관절 주위의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동이다. 몸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오른 다리를 앞으로 옆으로 뒤로 등 8시 방향으로 들어 올린다. 반대쪽 다리도 같은 방법으로 한다.
②발뒤꿈치 들기
종아리와 발목의 근력을 강화시켜 주는 운동으로 바르게 서서 발뒤꿈치를 들고 20~30초간 버틴다.
③팔굽혀펴기
상체 근육과 전신 체력을 향상시키는 데 적합한 운동으로 보통 바닥에 엎드려 하는데 힘이 들거나 공간이 좁은 경우, 또는 연령이 높은 경우에는 책상이나 벽을 이용해도 좋다.
④천사운동
등과 가슴근육을 단련하면서 양팔을 연결하는 날개뼈와 어깨뼈의 움직임을 향상시켜 준다. 두 팔을 어깨보다 조금 넓게 벌려 머리 위로 쭉 뻗은 뒤 양 팔꿈치를 천천히 아래로 내려 W 자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⑤앉아서 무릎 당기기
앉아서 일할 때 좌골 신경을 압박하는 엉덩이 근육과 허리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동작이다.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접어 올린 뒤 양손으로 접은 다리의 무릎을 아래로 밀며 30초간 유지한다. 이어 접은 다리를 양손으로 잡아 가슴으로 끌어당겨 30초간 유지한다.
⑥미니 스쿼트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허벅지 앞쪽과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 뒤 허리와 등을 곧게 편 상태로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천천히 앉아 6~10초간 유지하다가 일어선다.
⑦고무밴드 잡고 당기기
어깨 회전근과 견갑골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 어깨관절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운동이다. 고무밴드를 잡고 팔꿈치를 몸통에 붙인 상태에서 밴드 잡은 손을 바깥쪽으로 벌린다. 좌우 10회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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