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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내가 필요하지만, 서울은 내가 필요치 않다“

입력
2023.12.05 18:00
수정
2023.12.06 15:5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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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포스텍 ISDS 공동기획
[지방 청년 실종 : 8회 목포]

편집자주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비수도권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청년에게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직접 물어보고,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미시적 근거를 찾아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비수도권 지역을 한 곳씩 분석해 게재한다.

김한솔(왼쪽부터) 솔디자인플랜 대표, 최용준 남도소반 대표, 고은총 필그림 중창단 대표가 지난 8월 18일 전남 목포시 남도소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한솔(왼쪽부터) 솔디자인플랜 대표, 최용준 남도소반 대표, 고은총 필그림 중창단 대표가 지난 8월 18일 전남 목포시 남도소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최용준(남도소반 대표)= 전라남도 식재료와 음식을 밀키트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농수산 식재료를 수출용 상품으로 제조하는 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지 3년 됐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데, 거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부터 타지에서 다녔다. 대학 학부는 중국에서, 대학원은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이후 파리에서 전시 기획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클래식 음악과 재즈 공연 일을 했다. 코로나19로 공연 업계가 안 좋아지면서 고향에 돌아와 부친의 수산물 사업을 돕다 창업하게 됐다.

고은총(필그림 중창단 대표)= 성악을 전공했고, 2009년부터 목포에서 공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청소년 수련원에서 전문 지도사로도 근무하다가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 전업 예술인을 선택했고 지금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함께 공연하고, 기획자와 지역 활동가로도 일하고 있다. 목포 지역에서 청년들이 맘껏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한솔(솔디자인플랜 대표)= 원활한 사업 운영에 필요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1인 기업을 창업하고 운영 중이다. 주로 키오스크 솔루션, 홈페이지 제작, 영상 제작, 행사솔루션 등을 개발해 납품하고 창업과 관련된 다수의 강의 및 강연 또한 나가고 있다. 고등학생 때 세월호 참사 당시 노란리본 카카오톡 테마를 개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려 한 달 만에 약 20만 명 이상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유료 카카오톡 테마를 판매하면서 용돈을 벌고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면서 청소년기부터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목포가 전남 지역에서는 비교적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창업 환경은 목포보다 광주가 더 나을 것 같은데 목포에서 창업한 이유는.

김= 목포가 고향이기도 하지만 타 지역에 비해 창업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잘 구성돼 있는 편이다. 물론 많은 창업 희망자와 청년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기도 하지만 목포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최= 목포가 주변의 영암 강진 등보다 청년이 살기에 생활 여건이 우수하다. 좋은 식당이나 문화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청년들이 여가를 즐기기에 괜찮은 것 같다.

-외지에서 찾아와 창업하는 분들도 있는지.

최용준 남도소반 대표

최용준 남도소반 대표

최= 꽤 있다. 수도권 청년이 비수도권에서 창업하는 것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 목포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수도권 청년들이 있다. 목포역 주변 등에서 보이는 트렌디한 펍이나 레스토랑들이 대부분 청년창업 지원을 받아 문을 연 곳들이다. 수도권은 워낙 경쟁이 심해서, 목포가 더 창업환경이 좋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지 청년들이 창업할 때 목포에서 원래 비슷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갈등은 없는지.

고은총 필그림 중창단 대표

고은총 필그림 중창단 대표

고= 왜 없겠나. 인구 유출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외지에서 찾아와 창업한다면 반겨주고 격려도 해야 할 텐데. 외지 출신 창업자들이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고, 정보도 공유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떠나버리고 목포 청년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문화계의 경우는 목포에서 열리는 공연 행사 축제는 한정돼 있는데,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해온 원로 예술인들의 기득권에 밀려 지역 청년 예술가나 외지에서 찾아온 예술가들이 발붙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최= 외지 창업 청년에 대한 경계심도 적지 않지만, 우리 사무실 이웃 중에는 “이렇게 사무실을 차리고 불을 환하게 켜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분도 계신다. 저는 목포에 수도권 청년들이 많이 와서 융합하고 공존하는 것이 지역 발전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목포 구도심의 근대 건축물들이 한때 주목을 받다, 유력 정치인의 불법 투기 의혹에 휩싸이며 주춤해졌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고= 구도심 지역이 근대역사문화공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지정되면서 각종 지원 사업이 싹을 틔우려는 순간 정치 이슈가 되면서 오히려 각종 지원이 끊겼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외지인들 투자가 활성화된 측면도 있다. 아직까지도 화제가 되는지, 그 거리가 어디냐고 묻는 관광객들이 많다.

최= 그래도 목포가 4대 관광 거점도시에 선정되고 문화도시에도 선정되는 데 근대역사문화공간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보기에 정말 목포스러운,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목포 청년 창업인들 간에 고민을 나눌 네트워크는 갖춰져 있는지.

김한솔 솔디자인플랜 대표

김한솔 솔디자인플랜 대표


김= 목포에서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또래들이 여전히 많이 살고 있다. 아무래도 취업한 또래들이 많지만, 또래 창업자들과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특히 청년 창업의 경우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려 하고 경쟁이 수도권에 비해 적기 때문에 기회는 오히려 수도권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또 청년 창업자들 간에 경쟁보다는 협업을 하려는 분위기가 더 강하다. 아쉬운 점은 입주시설이 부족한 것이다. 목포 창업인들의 관심이 큰 벤처문화지원센터의 경우 신규 창업자들에게 입주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올 연말 통합일자리지원센터인 청년창업인큐베이팅 플랫폼이 착공된다. 이곳이 이런 아쉬움을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

최= 수산업 분야에서도 기존 업체로부터 견제보다는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수산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끔 표현이 거칠기도 하지만, 새벽시장에 열심히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먼저 부탁도 안 했는데 조언을 해주거나, 해외 바이어를 소개해 주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 회사의 대표 상품인 목포산 해조류로 이탈리아식 페스토를 개발하는 과정도 기존 업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훨씬 개발 기간이 길어졌을 것이다.

고= 정치적 성격을 띤 목포청년 네트워크를 제외하면 없지 않을까 싶다. 예술 분야만 보자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자꾸 목포를 떠나고,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소외당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도 자립성을 지키기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이 모여야 하고 네트워크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재단이 노력하고, 목포시도 조례나 정책, 올바른 예산 사용 등을 통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참 많이 열악하다.

-‘여수 밤바다’라는 히트곡은 여수를 떠올리는 대표 이미지이고, 그 덕택에 여수를 찾는 젊은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그 지역을 얘기할 때 금방 떠오르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노년 세대에게는 ‘목포의 눈물’ 같은 노래가 있지만, 젊은 세대들이 목포를 떠올릴 이미지나 스토리는 없는 것 같다.

고= 목포가 관광거점 도시에 선정됐지만, 로컬 여행 코스나 관광 상품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찾아보면 목포는 그 어느 도시보다 매력적인 스토리도 많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게 보존돼 있는 곳도 많은데 아직 미개발 상태다.

최= 수도권 사람의 눈으로 보면 목포 사람들이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최근 유명 여행 유튜버가 목포역에서 택시를 탔다가, 짧은 거리를 가려 한다고 기사가 화를 내는 영상을 올렸다. 목포가 관광도시로 성장하려면 이런 부분들은 개선됐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은 목포의 성장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을까.

최= "서울보다는 목포가 나를 필요로 한다" 고 생각한다. 목포에서는 기회가 많고, 의외로 주변에서 도움을 줄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목포에서 창업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런 장점이 크기 때문에 계속 여기에서 사업을 할 것이다.

김= 목포에서 창업한 이유는 고향인 부분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수도권처럼 과도한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1인 기업이지만, 작년 매출이 약 1억2,000만 원을 달성했다. 지역에서 창업하려는 청년들이 열의를 가지고 목포로 찾아오길 바란다.

고= 지역이 청년과 소통해야 하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와 지자체의 지원이 활성화돼야 한다. 청년이 목포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주역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희망이 있을 것이다.

글 사진 정영오 논설위원
정리 변한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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