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달을 여는 첫날, 영국 런던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우리나라가 국제해사기구(IMO) A그룹 이사국에 12회 연속 진출한 것이다. 필자는 11월 26~28일 런던에 머물며 IMO 총회 기조연설 등 우리나라의 이사국 진출을 위해 활동했지만, 정작 선거 당일엔 현장에 있지 못해 걱정 반 기대 반 결과를 기다리던 차였다.
IMO는 바다에서 지켜야 할 국제 규범을 정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이사국은 총 40개국이고 2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해운 선진국인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이 10개 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A그룹 이사국을 12차례 연임했으며, 그보다 앞선 1992년부턴 5차례 연속 C그룹 이사국을 지냈다. 이런 자리를 17차례나 연임했다는 것은 해운ㆍ조선ㆍ항만 등 해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는 IMO에 가입했던 1962년만 해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많은 나라를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특히 해사 분야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세계 4위의 국적 선대를 운용하는 해운 대국으로서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운이 담당하고 있다. 또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37%를 수주하고, 친환경 선박의 50%를 건조하는 세계 최고 조선 강국이기도 하다.
이 같은 우리의 성취는 IMO 내에서 선진국-개도국 간 이해와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아울러 e내비게이션 등 첨단 해사 기술을 개발하고,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며 공동 번영을 위해 노력해 왔기에 많은 회원국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8년간 IMO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임기택 사무총장의 존재도 한몫했다.
회원국들의 지지와 기대 속에 핵심 이사국 지위를 이어가게 된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임무와 역할이 적지 않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디지털ㆍ탈탄소화의 물결 속에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친환경, 자율 운항 등 첨단 기술 개발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매년 강화되는 탈탄소 규제에 대응해 우리 선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정부 보조 및 정책 금융 등을 통해 친환경 선박 확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울러 작업 환경 변화에 맞춰 선원 교육 훈련 프로그램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바다와 회원국의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사업, 특히 개도국 역량강화사업을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대외협력 활동도 적극 지원해 IMO 각종 회의체에서 의제 논의를 주도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해운 대전환기는 우리의 대응에 따라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다.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에 귀감이 되는 세계 최고의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일에 우리의 역량을 함께 모아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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