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 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 중인 유럽연합은 순환경제를 중요한 축으로 하는 그린딜 패키지를 발표했다. 플라스틱세 도입 및 2030년까지 재생원료 사용 의무 비중 30% 확대 등 재활용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등 175개국은 지난해 유엔환경총회에서 내년 말까지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약속했다. 한국도 내년 5차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전 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이 발표됐다. 페트 1만 톤 이상 원료 생산자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를 30% 사용해야 한다. 페트병 등 제품 생산자에게도 재생원료 사용률을 설정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다. 이에 물리적 재활용은 시장의 저조한 관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국민이 분리수거를 잘 하고 있는데도 고품질 재생원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열분해 재활용에 뛰어든 기업들도 원료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 많은 폐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되기에 다들 원료 부족을 외치는 걸까.
근본 원인을 찾고자 필자가 속한 센터에서는 지난 몇 달간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제조부터 재활용, 소각 현장을 방문해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개선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을 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처리비·운반비에 따라 폐플라스틱이 처리되고 있는데, 화학적 재활용에 쓸 때 ㎏당 170~180원, 재활용 경제성이 없고 이물질 혼입이 심한 경우 시멘트 소성로에 30~60원(운반비 별도)이 든다. 이런 차이 때문에 소성로 또는 소각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제시한 ‘생산책임재활용(EPR)제도 회수지원금 중 물리적 및 화학적 재활용 할당 비율 증대와 지원금 단가 상향 조정 검토(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는 최신 기술과 시스템을 적용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재활용에 앞장서는 산업계에 금융지원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는 EPR제도를 도입했지만,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 등 선순환 구조는 만들지 못했다. 선별 인력과 설비 등의 한계로 폐플라스틱이 시멘트 소성로로 보내지거나 소각처리된다. 선별부터 잘돼야 재사용·재활용·에너지 회수 순서에 맞는 자원순환이 가능하다. 고품질을 위해 선별 품질을 기준으로 인프라 투자를 선정해야 한다. 동시에 시장에 난립한 부적정 운영 업체 등은 강력하게 처벌해 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장 폐기물까지 확대해 정확한 물량 데이터 확보·예측·계획을 지원해야 한다. 2021년 기준 사업장 폐합성고분자화합물 발생량은 연 696만 톤으로 생활폐기물 중 폐합성수지류(468만 톤)보다 많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폐합성고분자화합물은 대부분 시멘트 소성로로 보내진다. 이 역시 EPR 또는 별도 지원을 통해 추가 선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플라스틱 원료 생산 기업의 재생소재 투입 비율은 2021년 기준 0.2~1.8%이다. 일부 기업은 고품질을 위해 수입산 재생원료를 투입한다. 심지어 원료 부족으로 신재를 폐기 후 재생원료로 투입하는 편법도 발생한다. 재활용률을 높이며, 신규 플라스틱 생산을 저감한다는 기본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활용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현재 시장구조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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