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서 폭력 저지를 시 비자 발급 제한"
사망 다수 IDF가 내는데...정착민만 건드려
가자서 1만6000명 숨졌지만 군사지원 계속
미국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서안지구의 사망자 절대다수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군사 작전에 목숨을 잃고 있다. 정착민에 대한 비자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제재 대상은 수십 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이중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줄이지 않는 식이다.
미국, 서안지구 '극단주의자'에 비자 제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서안지구의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 것으로 보이는 (정착민) 개인에 대해 새로운 비자 제한 정책을 시행한다"면서 "폭력을 휘두른 이는 물론이고 직계가족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보조를 맞췄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법치국가인 이스라엘에서는 정부가 허용한 이들만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호응했다.
서안지구에선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른바 ‘정착촌’을 짓고 불법 거주 중인 이스라엘인들이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보복성 폭력의 빈도가 늘었다.
이 군의 민간인 살해엔 침묵...무기 지원도 계속
이번 제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용일 공산이 크다. 대부분의 민간인 희생을 내는 IDF의 과도한 무력사용에 대해선 미국이 침묵했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전쟁 시작 후 두 달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234명이 숨졌는데, 그중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목숨을 잃은 건 9명뿐이다. 다수의 희생자는 IDF의 군사작전 중에 발생했다. IDF는 ‘테러리스트 진압’이란 명분을 대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5일 유엔인권사무국은 지난달 IDF에 사살된 8세, 15세 소년들에 대해 “(IDF에)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놨다.
미국은 IDF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에 대해선 ‘민간인 보호 조처를 강화하라’는 경고만 거듭하고 있다. 무기 지원 보류나 관련 예산 삭감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전쟁 전 이스라엘에 매년 38억 달러(약 5조 원)의 무기를 지원해 왔고, 바이든 정부는 의회에 140억 달러(약 18조 원)의 추가 원조를 승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싱크탱크 중동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세스 바인더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무기 지원을 지연시키면 이스라엘은 전략을 조정해야 하지만 미국은 이런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IDF는 가자 남부의 심장부인 칸 유니스에 전차를 끌고 진입해 이번 전쟁 들어 가장 치열한 시가전을 벌였다.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자는 5일 기준 최소 1만6,248명(어린이 7,112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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