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안전 사용 전문위, 20~59세 여성 중 시술 경험한 1,000명 인식 조사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미용 시술의 하나다. 피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하는데, 이로 인해 나타나는 근육 마비가 주름을 펴는 효과가 있어 피부과 등에서 미용 목적으로 사용한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은 안과(각막 난시, 진동시), 신경과(경련성 근긴장, 뇌졸중 후 경직, 본태성 떨림, 파킨슨병), 정신건강의학과(투렛 증후군), 소화기내과(식도 운동 장애)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치료용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인 만큼 시술 용량과 시술 주기를 정확히 지켜서 사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위해관리협의회 산하 '보툴리눔 톡신 안전 사용 전문위원회'는 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 조성’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한 사용 문화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가장 싼 나라"라며 "생산 공장도 가장 많아 가격도 가장 싸고, 의사들은 인구 대비 시술 환자가 가장 많은 곳도 한국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과 판매를 합쳐 17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과 관련돼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기업 애브비, 멀츠, 입센 등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생산 기업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출혈 경쟁으로 보툴리눔 톡신 시술 1회 가격이 4,9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술을 너무 자주 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시술에서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내성"이라며 "내성은 2차 무반응이라고 하는데 최소 한 번 이상 효과를 경험한 환자에게서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엄중식 교수는 "미국에선 내성 발생률을 1.5%로 보고될 정도로 상당히 드문 부작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여러 부위에 반복적으로 계속 시술하면 내성이 훨씬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의원 대표원장은 "보톨리눔 톡신 내성이 발생하면 단순히 미용 목적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목적 사용에서 효과가 전혀 없게 된다"며 ""50~60대 고령층에서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인규 연세대 K-NIBRT 사업단 교수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인규 교수는 "미국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을 취급할 때는 모든 상황에 앞서 취급자와 취급기관에 대한 사전 규제가 마련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전 규제가 없고 신고제로 운영돼 관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인규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취급자와 취급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 허가제를 도입하고 철저한 역학 조사, 현장 점검, 관련 기록 보존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의원 대표원장은 '대국민 인식 조사를 통해 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사용 실태'를 짚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5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연 평균 2회 이상, 한 번에 2부위 이상 시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툴리눔 톡신 시술 효과 감소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74%에 달했다. 효과 감소 시 병원을 이동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4%로 집계됐다.
박제영 원장은 "병원을 옮기면서 시술 이력 추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내성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술을 반복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문옥륜 위원장은 "보툴리눔 톡신이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보툴리눔 톡신은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면역원성 발생이라는 잠재적 위험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보툴리눔 톡신 안전 사용 전문위원회는 지난 10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올바른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국위해관리협의회 산하 소위원회로 출범했다.
문옥륜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인규 연세대 K-NIBRT 사업단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의원 대표원장 등 6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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