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수원공장 가보니
취재진이 모인 강당은 고소한 치킨 냄새에 지배당했다. 청량감 넘치는 생맥주도 강당에 도착했다. '바삭' 소리를 내며 베어 문 치킨은 일정한 기름 온도와 튀김 시간으로 '맛의 정석'이 뭔지 보여줬다. 생맥주 또한 회식 자리서 "쟤 참 술 못 따른다"는 상사 지적을 쏙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맥주와 거품의 비율이 똑같았다. 정 없다 싶을 정도로 정확한 맛의 비결은 바로 '로봇 조리'였다.
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두산로보틱스 생산 공장에서 만난 협동로봇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사람 일손을 덜어줬다. 현재도 산업 및 서비스현장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는 협동로봇의 역할은 무궁무진했다. 이날 선보인 닭 튀기는 로봇만 해도 시간당 50마리를 오차 없이 튀겨낼 수 있는 능력치를 지녔다. 생맥주 로봇과 바리스타 로봇 또한 자영업자들의 '손 편한 세상'을 앞당겼다.
커지는 협동로봇 시장…"공장 확대"
산업 및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들도 마찬가지. 최대 25kg의 짐을 옮길 수 있는 'H-2017' 모델의 '팔레타이징 로봇 솔루션'은 작업자들이 '허리 휘도록' 애 먹는 비료, 사료 포대, 무거운 상자 옮기는 일을 돕도록 설계됐다. 내년 판매 개시를 기대하는 세계 최초의 복강경 수술용 '내시경 고정로봇'도 의료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흥미로운 점은 샤넬이나 디올, 랑콤 등 세계적 명품 뷰티 브랜드에서 마케팅을 위해 로봇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광규 두산로보틱스 로봇연구소 상무는 "이들 브랜드는 플래그십 매장 등에서 이채로운 마케팅을 할 때 로봇을 썼다"며 "혁신 기술뿐 아니라 (경쟁사 대비) 유려한 디자인 영향이 컸다"고 했다. 뷰티 브랜드들은 플래그십 매장 등을 찾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제공하거나, 사진을 찍어주면서 친밀도를 높였다는 게 이 상무 설명이다.
이처럼 협동로봇 활용 폭이 갈수록 넓어지는 시장 환경에 대비해 현재 이 공장 1층에만 가동 중인 생산 라인을 2층까지 넓히기로 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 협동로봇을 로봇과 사람이 함께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6개의 모듈(축)로 구성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을 만들 때 모듈 한 개당 70회 정도 볼트를 체결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현재 사람이 하는 사전 작업도 협동로봇이 함께 진행한다는 얘기다.
"인간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
회사 관계자는 "현재 협동로봇 모듈 1개당 제작 시간은 약 60분이지만 자동화셀이 도입되면 약 37분으로 줄어 생산 효율성이 38% 정도 증가한다"며 "두산로보틱스는 내년 중 총 9개의 자동화셀 설비를 갖춰 생산 규모를 기존 2,200대에서 4,0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앞으로 자동화셀에 자율이동로봇(AMR)을 접목해 물류 자동화도 추진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류정훈 대표가 내세운 두산로보틱스의 사업 목표는 '가사의 종말'이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의 지향점은 인간과 로봇이 같은 장소에서 안전하게 함께 일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라며 "협동로봇 솔루션의 다양화와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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