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EU 정상회담 개최...무역 등 양측 의제 다뤄
시진핑 "협력 동반자" 강조...EU, 디리스킹 확인
EU 상임의장은 조기 귀국...중국 도청 위험 때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년 만에 열린 유럽연합(EU) 측과의 대면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은 상호 이익과 협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 구도 속 EU와의 협력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날 회담은 유럽의 중국에 대한 불신감만 두드러진 채 특별한 성과는 도출하지 못했다.
7일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정치적 신뢰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전략적 합의를 모으며 이해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과 유럽은 다극화를 추진하는 세력이자 글로벌화를 지지하는 큰 시장"이라며 "모든 종류의 간섭을 제거하고 대화·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의 정책에 구애받지 않고 유럽이 독자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측 간 대면 정상회담은 EU의 현 집행부가 출범한 2019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유럽 측 대표들은 이날 오후 리창 국무원 총리와도 별도의 회담을 이어갔다.
유럽 측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3,957억 유로(약 562조 원)의 손해를 보는 등 심각한 대(對)중국 무역 적자를 겪고 있다. EU가 지난 9월 시작한 중국산 전기차 불법 보조금 조사 역시 이번 회담 의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차 대비 평균 2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EU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EU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업체 보조금 지원이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EU는 또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다자 간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지지할 필요성을 옹호하고 '디리스킹(위험 회피)' 정책 등 경제·안보에 대한 EU의 접근법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반자 관계'를 언급한 중국 측과는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
게다가 이날 회담 일정은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로 갑자기 축소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당초 양측은 7, 8일 이틀간 회담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헝가리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사안과 관련된 EU의 모든 안건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셸 의장이 베이징 일정을 축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EU 당국자는 "중국에서는 도·감청 위험 없이 EU의 각국 정상과 통화할 수 있는 안전한 전화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미셸 의장의 조기 귀국 배경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믿을 수 없다'는 유럽 측 의중이 드러난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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