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 토크 #70] 로컬 비즈니스에 도전한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호텔 셰프 출신의 사업가인 급행소스 허여름 대표. 밀키트 사업을 전개하던 중, 호응이 큰 양념장을 지역과 협업해 따로 제품화했다. 농가와의 상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급행소스는 '로컬 커넥터'를 자처하며 농촌과 도시를 잇고 있다. 지역 브랜딩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허여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안녕하세요. 급행소스 허여름입니다. 우리 급행소스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 2차 가공해 양념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세페이지를 통해 우리 제품뿐 아니라 로컬 상품을 홍보하고 지역을 브랜딩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홍보 활동을 하나요?
"소비자와 농가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로컬 커넥터'라고 칭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스토어에서 사은품으로 충주 소태면 농가에서 수확한 밤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밤을 보낼 때 농장 명함도 함께 전달하며 해당 농가를 홍보하는 거죠. 농부가 수확한 농작물 대부분은 농협이나 경매를 통해 대량으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들어간 노고에 비해 수익이 적은 구조입니다. 중간 과정 없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싶어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에요. 농가 명함을 함께 전달하는 등의 단순한 활동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의 홍보가 농가와 소비자의 접점이 되고 지역의 특산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또, 향후엔 더 많은 농가와 협력해 홍보 패키지를 기획하고 지역을 브랜딩 하는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충주 '소태면'이라는 지역의 지리적 장점을 살려, 소태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거죠."
어떻게 양념장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호텔을 그만둔 뒤 밀키트 사업을 시작했어요. 밀키트가 생소할 때였죠. '5성급 호텔 셰프가 만든 레시피'라고 홍보하니 장사가 잘됐어요. 프랜차이즈화도 진행됐을 정도니까요. 부암동, 통인동으로 지점을 늘리던 와중, 고객들이 '양념장이 너무 맛있다'며 양념장만 따로 팔라고 요청하셨어요. 양념장을 상품화하기 위해 국내산, 로컬을 고집하는 브랜드를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팀을 모으며 자연스럽게 양념장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양념장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발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양념장에 들어가는 고춧가루, 마늘, 고추장, 생강 등은 모두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친숙한 재료들이에요. 모두 국내산으로 수급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시판된 양념장 중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 것은 무척 드물었어요. 국내산 농작물의 경쟁력과 정성스럽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노고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했습니다. 가족이 전부 농업에 종사해 농촌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거든요. 로컬 사업을 해야겠다 다짐했죠."
레시피나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특급호텔 출신 셰프가 둘이나 있으니 레시피 개발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오히려 재료 수급이 어려웠습니다. 식품위생법은 가뜩이나 까다로운 데다가 관계부처나 관할 지자체마다 해석이 달라요. 심지어 고춧가루는 농가에서 직접 구매해 받아오면 안 된다는 규제도 있었어요.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지역 내 위생과 담당자와 다각도로 논의했습니다. 결국 방법은 나오더라고요. 또 다른 문제는 소분이었어요. 양념장을 수작업으로 소분하기엔 너무 많은 인력이 소모됩니다. 자동화 기계는 너무 비쌌고요. 그래서 직접 개발했습니다. 직접 사이즈부터 부품까지 기획해 도면을 그려서, 이걸 구현해 줄 용접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두 개만 만들긴 힘들다'며 수차례 문전박대를 당하다 성수동의 한 사장님을 만나 결국 우리가 원하는 장비를 만들어냈어요. '앞으로 번창해서 더 큰 것을 만들 때 제 값을 받겠다'시며 비용도 저렴하게 해 주셨고요. 나머지는 밀키트 사업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통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일하니 해결도 빨랐고요."
창업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목표와 의지 아닐까요? 저는 촌동네에서 자랐고, 학창 시절 성적은 중간 이상으로 올라서 본 적도 없는 데다가 전문대 출신이에요. 하지만 목표가 생겨 대학원에 갔고 스타트업도 도전했어요. 도전정신도 중요하죠. 창업을 결심한 후에도 확신이 안서더라고요. 어떨 땐 희망이, 또 다른 순간엔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이 일이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과 확신 없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성공한 이들은 이 과정을 100% 겪었을 것'이란 사실이에요. 그 사실을 되새기며 참고 견뎠습니다. 지금은 창업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내년 귀농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협력하고 팀을 이뤄 로컬을 기반으로 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습니다. 유통과정을 줄여서 농가와 수익을 나누고, 소비자에겐 신선하고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도 계속해서 해나갈 계획입니다. 또, 해외시장에 한국의 로컬 상품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지역명인 '브루고뉴' '코냑'이 각각 와인과 브랜디의 대표 브랜드인 것처럼, 'Made in chungbuk' 'Sotae' 같은 지역브랜드를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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