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 댑싸리공원을 찾았다. 화려한 색채의 댑싸리 풍경을 보기 위해, 철은 한참 지났지만 그래도 한 번쯤 보고 싶었다. 아직은 어둠 속이라 어렴풋이 드러난 몽글몽글 모양은 예전에 보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여명이 밝아오며 세상이 밝아오자 드러난 모습은, 화려했던 색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통 흙빛으로 변해 과거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었다.
날이 완전히 밝아 전체 풍경을 보니,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댑싸리들은 마치 수확이 끝나고 버려진 고추밭처럼 지극히 황량했다. 이때 바람을 타고 날아온 단풍잎들이 추위에 바싹 마른 댑싸리들을 포근히 감싸주었고, 때마침 떠오른 햇빛은 생명이 빠져나간 가지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본연의 색채가 사라진 겨울철 댑싸리들도 흔적을 남기듯, 우리들도 살아가며 무수한 삶의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 중에는 지우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과거의 우리를 기억하게 해주는 소중한 흔적들도 많다. 그런 흔적들은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라는 힘을 주기도 한다. 이제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1월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일 년간의 수많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가올 새해의 희망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