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맨'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40년 전통 깨고 지지자들 앞서 취임 연설
일단 '온건 행보'... "실용적 판단과 절제력"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53) 신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연방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지난 4년간 집권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전통에 따라 어깨띠를 밀레이 대통령에게 넘겨준 뒤 퇴임했다.
"아르헨 재건의 마지막 시점... 결실 볼 것"
대선 국면 당시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 지출을 삭감하겠다”며 유세장에 전기톱을 들고 등장해 이른바 ‘전기톱맨’으로 불린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도 파격 행보를 보였다. 연방의회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특별한 발언 없이 곧바로 퇴장하더니, 의사당 앞 광장으로 나가 미리 준비된 연단에서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한 것이다. 1983년 민주화 이후 연방의원들을 상대로 취임 연설을 했던 역대 아르헨티나 대통령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AP는 “밀레이 대통령이 국회를 등진 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취임사를 전달했다”고 짚었다.
이날 연설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경제난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개혁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12년간 물가상승률이 5,000% 누적된 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 감소했다”며 “이번이 아르헨티나를 재건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년의 실패는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악화될 것이지만, 탄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결실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는 연설 내용이 무거웠던 탓에 지지자들도 거의 환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제장관에 '달러화 반대' 인물… 예상보다 '온건' 행보
아르헨티나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밀레이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 내세웠던 파격적 공약을 실제로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주시하고 있다. 당선 후 지금까지의 행보는 예상보단 온건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선거 기간 때엔 “통화 정책에 실패한 아르헨티나 중앙 은행을 폐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새 정부 경제장관에 루이스 카푸토 전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카푸토 신임 경제장관은 밀레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달러화 도입’에도 비판적이다.
또 기후변화를 부정했던 것과 달리,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경험 많은 기후 외교관을 파견했다. 정부 조직 슬림화(18개 부처→9개 부처)를 단행하면서도, 당초 폐쇄 대상 중 하나였던 보건부는 유지시켰다. “부패한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겐 당선 직후 서한을 보내 “상호보완적 관계를 지속해서 공유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사에선 “어떤 정치인이나 노동조합 지도자에게도 팔을 열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화합과 포용의 메시지도 남겼다.
AP는 “이런 ‘절제력’은 밀레이 대통령의 실용적 판단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앞길에는 엄청난 난제들이 놓여 있는 반면 정치적 경험은 부족하고, 그가 이끄는 ‘자유전진당’도 의회에서 전체의 3분의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의석만 갖고 있다”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1차 대선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중도 우파 야당의 패트리샤 불리치 전 후보를 새 안보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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