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망 관리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 경제 차원에서 꼭 필요한 물자와 원재료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키로 했다. 경제안보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를 선정·지원하고, 공급망 안정화 기금도 조성·운영키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가 11일 ‘경제안보 공급망 관계장관회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수장 등이 참석한 범부처 공급망 회의가 열린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2021년 중국발 요소 부족 사태 후 추진돼온 공급망기본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제야 공급망 안정화 계획이 나온 건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미국은 기업 국내 회귀(리쇼어링)와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일본은 경제안보추진법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도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길 기대한다.
사실 한국은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가공한 제품을 수출해 먹고사는 나라다. 그럼에도 수입규모 1,000만 달러 이상 품목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이 400개에 가깝다. 더구나 이중 절반 이상은 중국산이다. 미국과 일본의 절대의존품목이 수십 개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위태롭기 짝이 없는 구조다. 미중 충돌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글로벌 공급망은 이원화할 가능성도 없잖다.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중국 국내 사정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불똥도 언제든 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외부 변수에도 휘둘리지 않을 단단한 토대의 경제 산업 구조와 공급망 구축을 통해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물론 국적 불문하고 한 푼이라도 싼 원자재를 쓰기 마련인 기업의 생리상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혹에 빠지면 결국 중국 의존도만 높아져 더 큰 비용을 내야 한다는 걸 2년 만에 재연된 요소 사태는 잘 보여준다. 기업이 이러한 단견을 극복하는 데는 정부 지원도 방법이다.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한 공급망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야 장기전에서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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