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두하이라서 백린탄 잔해 입수
'PB-92' 'THS-98' 등 미 일련번호 기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인 지난 10월 레바논에서 사용해 논란을 빚은 백린탄을 미국이 공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자사를 위해 일하는 언론인이 레바논 두하이라에서 미국제로 추정되는 155㎜ 백린탄 3발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10월 16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 당시 두하이라 지역에 백린탄을 투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의혹을 조사한 국제앰네스티는 해당 지역에서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 곤란 때문에 급하게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백린탄 사용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두하이라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했다.
이날 WP가 발견한 155㎜ 백린탄 잔해 표면엔 해당 탄약이 미국제임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기재돼있었다. 예컨대 탄약 잔해 한 곳에는 ‘PB-92’로 시작하는 일련번호가 표시 돼있었는데, 군사 전문가들은 WP에 “1992년 미국 아칸소주(州) 파인블러프에서 생산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잔해 표면에 적힌 일련번호 ‘THS-98’은 미국 방위산업체 시오콜이 1989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공장에서 생산한 것임을 뜻한다. 또 포탄에 찍힌 ‘WP’라는 영문은 ‘백린(White Phosphorus)’을 뜻한다고 WP는 전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그러나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투하 지점 근처에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까닭에 전쟁범죄 우려가 뒤따른다. 특히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생존하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IDF는 백린탄 사용이 연막을 피우기 위함이었을 뿐이며, 화재를 일으키거나, 특정 공격 목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면서 자신들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WP는 이스라엘군이 단순히 연막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백린 대신 'M150 화포'와 같은 더 안전한 대안을 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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