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일해공원으로 명칭 변경
변경 명분 "군민의 자긍심 고취"
6월 명칭 변경위 열렸지만 '부결'
44주년 맞아 숨진 군인 추모제 열려
12·12군사반란 44주년인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변경 논란이 재점화했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등에서는 당시 반란 세력에 맞서다 숨진 군인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합천군에 따르면 군이 2004년 조성한 '새천년 생명의 숲'은 2007년 일해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군은 "일해(日海)는 우리 고향이 배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로 군민의 자긍심 고취와 대외적 관심도 제고를 위해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군 관광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5·18 관련 단체들이 전 전 대통령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반대했지만 군은 1,364명을 대상으로 한 명칭 변경 설문조사에서 절반(51.1%)이 찬성했다는 결과를 근거로 명칭 변경을 강행했다. 공원 입구에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표지석도 세웠다. 표지석 뒷면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후에도 명칭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인터넷 카페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2007년 8월 '일해공원 지킴이 릴레이 시위'를 했다. 명칭 변경을 주장해 온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국민운동분부(운동본부)'는 2021년 주민 1,500명의 서명을 받아 '공원 명칭 변경 주민청원'을 발의한 끝에 지난 6월 합천군지명위원회가 열려 변경 여부를 심의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양측 주장이 대립해 새로운 이름을 제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지지부진했던 논란은 최근 12·12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국민운동본부' 측은 "영화 개봉 이후 전두환씨를 비롯한 신군부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국민 세금을 들여 만든 공원을 지금처럼 편향적인 이름으로 놔두는 건 시대착오적이다"고 비판했다.
군은 내년 상반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제3의 기관을 통해 군민 의견이 명칭에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2·12군사반란 44주년인 이날 당시 반란을 막다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도 관심 속에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 세력에 저항하다 숨진 김오랑 중령과 정선엽 병장, 박윤관 상병의 추모식이 합동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유족과 시민 수십 명이 참석했다. 김 중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는 그의 모교인 삼성초등학교 옆 소공원에서 추모제를 개최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조카 김영진(66)씨가 유족 대표로 참석했고, 100여 명의 주민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육군본부를 지키다 반란군의 총탄에 숨진 정 병장의 추도식은 광주 북구 동신고 체육관 옆 정선엽 소나무 정원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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