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에세이 '근대의 초상'
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람은 모든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때에만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자유는 저만 자유로움이 아니라 함께 자유로움입니다. ··· '자본론'은 임금을 노동의 가치라고 보지 않고 자본을 근면의 결과라고 보지 않고 이윤을 기업가의 보수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한 시각은 보편적 자유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30여 년간 문학사와 비평론을 가르친 김인환(77)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1년 정년퇴임을 하고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옛 제자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독일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 공부를 권하셨지만, 선생님이 쓰신 문학사 책을 다 읽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죠. 거기에 답신하듯, 또 제자들에게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강의록으로 정리하듯 쓴 책이 에세이 '근대의 초상'입니다.
제목은 '자본론'을 어떤 관점에서 설명하고 싶은지 드러냅니다. 공산주의, 계급투쟁 같은 개념 설명은 저자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계에 던진 근원적 질문에 집중합니다. 익숙함에물음표를 던지면 균열 사이로 본령을 만나게 됩니다. 제자들과 독자들이 근대, 그리고 현재의 삶을 통찰력 있게 볼 수 있길 바란 듯합니다.
'월급은 한 달 치 노동의 가치이므로 노동으로 쌓은 부는 노동자 개인의 근면 덕분'이라는 것은 종교적 믿음에 가깝죠. 거기에 의문을 품고 보편적 자유로의 해방을 모색한다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게 두렵다면 근대사회가 태생적으로 불안을 야기하도록 설계됐다는 점부터 이해해 보라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학창 시절 '자본론'을 용감하게 사서 완독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노학자가 깊은 통찰로 풀어낸 자본론 이야기부터 한 장씩 두 장씩 읽어 보면 어떨까요. 어렵게만 느껴지던 '자본론'에 한 뼘 더 다가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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