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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또 빠진 합의문 초안… COP28 진통 끝 '연장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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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또 빠진 합의문 초안… COP28 진통 끝 '연장전' 돌입

입력
2023.12.12 19:15
수정
2023.12.13 01:3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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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전날 공개된 합의문 초안… '완화 문구'만
각국서 반발... "초안 너무 약해… 서명 못 한다"
'1.5도 사수' 위한 역사적 합의, 이번에도 실패?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날인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기후 활동가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합의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날인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기후 활동가들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합의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 대응책 논의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마지막날인 12일(현지시간)까지 진통을 겪었다. 폐막 전날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서 기후변화 주범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이번에도 빠지면서 거센 반발이 인 탓이다.

개최지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 등의 '입김'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COP28은 완전히 실패한 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COP28은 애초 이날 오전 11시였던 폐회 시한을 넘겨 '연장전'에 돌입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폐막 전날까지 '만장일치' 합의문 채택 진통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환경단체뿐 아니라 기후 정책가들,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도서국들은 11일 공개된 합의문 초안을 두고 '실망스러운 합의'라고 일제히 성토했다. 초안은 COP28 의장국인 UAE 측에서 작성해 참여국들과 공유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회는 완전히 실패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결과가) 나쁘다"고 혹평했다. 합의문 협의에 참여한 유럽연합(EU)도 초안에 대해 "불충분하다.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EU가 협상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날렸다.

기후총회는 당사국 198개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의문을 낼 수 없다. 실제 급격한 해수면 상승에 따라 기후변화 최전선에 몰린 저지대 국가들은 이탈할 조짐을 보였다. 카리브해와 태평양, 인도양 등에 위치한 도서국들 모임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빠진 합의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퇴출 약속이 없는 합의문은 자국에 '사망 진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다. 또,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으로 구성된 '엄브렐러그룹'도 이날 성명에서 "초안이 너무 약하다.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인도의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들어가 '화석연료 사용 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인도의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들어가 '화석연료 사용 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합의문 초안에 비판 봇물… "OPEC 요구 받아썼나"

COP28의 최대 화두는 이번에야말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합의문에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제사회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를 지키려면 2030년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당초 공유된 합의문 초안엔 '단계적 퇴출'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11일 공유된 초안에는 해당 문구가 사라지고, 그 대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석유·석탄·가스의 생산·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보다 완화된 표현만 담겼다.

이는 화석연료 퇴출에 줄곧 반대해 온 사우디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애당초 UAE에서 기후총회가 개최됐을 때부터 부정적 전망이 나왔다. 예견된 결과이며, "화석연료 산업계의 로비력을 명확히 보여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석유·가스 업계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땅이나 바닷속에 묻는 탄소 포집 기술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사실상 '단계적 감축'인데, 단계적 퇴출과 효과가 비슷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 생각은 다르다. 국제 지속가능발전연구소의 파루크 울라 에너지 정책 고문은 "'단계적 퇴출'은 배출량을 가능한 한 '0'에 가깝게 만드는 걸 뜻하는 반면, '감축'은 약간의 감소를 의미할 수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물론 총회 연장 등을 통해 '단계적 퇴출' 합의가 극적으로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COP28이 일보 진전 없이 빈손으로 막을 내릴 공산이 더 커 보인다. "1.5도 상승을 막을 마지막 기회"(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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