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전격 발표
하루아침에 자국 화폐 가치를 반토막 나게 만든 국가가 있다.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화에 대해 무려 50%의 평가절하를 단행한 아르헨티나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리겠다던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대통령의 취임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미국 CNN방송,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제 비상 조처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로써 인위적 환율 방어를 위해 현재 달러당 약 366페소(중앙은행 홈페이지상 기준)로 고정됐던 공식 환율은 800페소로 바뀐다. 정부가 묶어 둔 공식 환율과 달리, 암시장 기준으로는 이미 달러당 1,070페소에 달했던 만큼 둘 사이의 괴리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정부 발표로 비공식적인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은 있다.
카푸토 장관은 또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정부 부처 수 절반(18개→9개)으로 축소 △신규 공공사업 입찰 중지 △일부 세금 잠정 인상 등의 방안도 함께 확정했다. 블룸버그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급진적인 재정 조정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2.9%에 해당하는 지출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푸토 장관은 이번 패키지를 발표하는 내내 “아르헨티나에는 더 이상 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재정 적자에 대한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10일 공식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 “집권 좌파 정권의 돈 찍어내기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법정 통화를 페소에서 달러로 대체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 등 국가에선 2~3%대의 인플레이션에도 골머리를 앓지만,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9월 기준 124%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휴지 조각이 된 페소화 대신 달러화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는 유통 중인 지폐의 10%가 달러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달러화 도입’에 대해선 별다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페소 평가절하가 달러화 도입을 위한 사전 단계인지, 혹은 관련 공약 포기를 암시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로이터통신은 밀레이 대통령의 최측근을 인용해 “페소 폐기 공약을 시행하는 데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