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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구축…채널 다층화로 실효성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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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구축…채널 다층화로 실효성 담보

입력
2023.12.1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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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뤼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 명시
원전·미래기술·국방·물류 등 전방위 협력 강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3일 헤이그 총리실 중앙홀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헤이그=뉴시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3일 헤이그 총리실 중앙홀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헤이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구축에 합의했다. 또한 외교·산업 2+2 장관급 대화, 반도체 대화 신설 등 여러 겹의 소통 채널을 마련, 양국의 동맹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했다. 공동성명 문안에도 이례적으로 '반도체 동맹'이라는 표현을 명기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사흘째인 이날 헤이그 총리실에서 뤼터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뤼터 총리와 4번째 양자회담이다. 두 정상은 회담 이후 외교 안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이슈, 신흥 안보, 경제, 과학기술, 문화 예술, 인적 교류 등 분야를 망라한 협력 방안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뤼터 총리 방한을 계기로 채택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공동성명 핵심은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동맹은 초격차를 유지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과학 기술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며 "목표는 한국 네덜란드가 세계 최고의 초격차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공동성명 문안에 특정 국가와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네덜란드로서도 처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를 두고 언론 등에서 반도체 동맹이라고 일컫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부 공식 문건에 반도체 동맹이라는 표현이 담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위기 시 위기를 함께 규정하고, 모든 힘을 모아 즉각 협력해 나가는 관계를 동맹관계라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급망 등 분야에서의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이행하게 됐다는 의미다. 네덜란드에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이 있다.

다만 '반도체 동맹' 선언이 반도체 기업 간 장비 우선 제공 등 결과까지 담보하는 건 아니다. 뤼터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지난달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제1당에 오르는 등 불안정한 네덜란드 정치 상황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양국 정상은 이에 산업당국 간 반도체 대화 신설 등 협의 채널을 촘촘하게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 간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위기경보 핫라인 구축, 대체 수입처 발굴, 비축품목 스와프 등 (다층의) 협력을 추진한다"며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의 공급망 협력을 통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등 공급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양국의 취약 품목을 검토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공동 연구개발(R&D), 대체 수입처 발굴, 핵심품목 비축 스왑 등이 논의될 수 있다.

외교 분야 소통도 강화한다. 기존의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외교·산업 장관 2+2 대화로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외교 차관보급 정책협의회를 포함해 한·네덜란드 경제공동위원회, 혁신 공동위원회, 범부처 사이버정책협의회 등 부정기적으로 개최되던 각종 협의 채널도 연례화했다.

반도체 외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 협력도 예고했다. 원전이 대표적이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네덜란드 정부 간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 타당성 조사 계약이 체결됐다. 네덜란드의 신규 원전 2기 건설 수주 경쟁에 한수원이 공식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료와 현지 원전 컨설팅 기업 뉴클릭 간 포괄적 협력 MOU, 양국 정부 간 원전 전주기 협력을 위한 MOU도 비즈니스 포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체결됐다.

미래전략 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간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MOU가 체결돼 디지털, 인공지능(AI), 양자, 차세대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 등 분야에서 인력 교류 및 공동 연구개발을 촉진할 예정이다. 국방 관련 평화유지활동(PKO), 사이버, AI, 해양안보, 방산 등 포괄적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는 MOU도 맺었다. 그 일환으로 2025년 네덜란드와 독일이 주최하는 다국적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 관련 지휘소 훈련에 옵서버로 참석하기로 했다. 부산항만공사와 로테르담 항만공사 사이엔 2027년까지 로테르담 항에 한국 최초의 유럽 지역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투자 의향서도 체결됐다.

헤이그=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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