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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꾹 참는 수밖에"… 공무원 감정노동 '위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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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꾹 참는 수밖에"… 공무원 감정노동 '위험' 수준

입력
2023.1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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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인은 '악성 민원'

지난달 20일 민원인들로 붐부닌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 하상윤 기자

지난달 20일 민원인들로 붐부닌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 하상윤 기자

국가공무원의 감정노동 수준이 ‘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무원의 신체ㆍ정신 건강 보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1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 9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직무수행과 관련한 감정노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감정 규제 △감정 부조화 △조직 점검 △감정노동 보호 체계 등 각 항목 점수가 정상 범위를 초과해 ‘위험’ 수준으로 나왔다. 정부 차원에서 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 실태조사가 이뤄진 건 처음이다.

그중에서도 외부 관계자와의 갈등이나 재량권 부재에서 비롯된 정서적 손상 정도를 뜻하는 ‘감정 부조화’ 점수가 특히 높았다. 정상 기준은 3~7점(남성은 3~6점)인데 여성은 무려 10.1점, 남성은 9.4점이었다. 응대 과정에서 문제 발생 시 조직 차원에서 관리 및 조치가 이뤄지는 정도를 평가하는 ‘감정노동 보호체계’ 점수도 여성 12.1점, 남성 11.1점으로 정상(4~8점)을 크게 웃돌아 ‘위험’으로 분석됐다.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인사혁신처 제공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인사혁신처 제공

주요 원인은 역시나 ‘악성 민원’이었다. 설문 응답자 31.7%는 장시간 응대, 무리한 요구 등 업무방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29.3%는 폭언과 협박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또 5명 중 1명(10.5%)는 보복성 행정 제보와 신고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감정노동은 직무 스트레스 증가 및 자존감 하락(33.5%), 업무 몰입ㆍ효율성 저해(27.1%)로 이어져 조직 생산성과 행정 능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었다. 조직 차원에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탓에, 그저 개인적으로 꾹 참거나(46.2%) 주변 동료와 상담하면서(21.5%) 하루하루 버틸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감정노동이 신체ㆍ심리적 질병으로 발현돼도 대부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61.6%)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사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심리적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지원, 기관 차원의 법적 보호 강화, 건강 검진비 지원 확대, 민원수당 지급, 특별 승진ㆍ승급 제도 등 감정노동을 완화화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공무원이 건강해야 정부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며 “공무원이 건강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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