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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쏙 빠진 애플 '수리할 권리'...유럽서 직접 수리 프로그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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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쏙 빠진 애플 '수리할 권리'...유럽서 직접 수리 프로그램 확대

입력
2023.12.14 17: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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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자가 수리, 이제 33개국에서 지원"
한국은 포함 안 돼... 삼성은 5월 국내 도입

스마트폰을 자가 수리하는 모습.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미국에 처음 도입했고, 올해 5월 국내에도 확대 출시했다.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을 자가 수리하는 모습.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미국에 처음 도입했고, 올해 5월 국내에도 확대 출시했다. 삼성전자 제공


애플이 13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이 고장 난 기기를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유럽 일부 국가에 추가 출시했다. 최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5' 시리즈 등을 수리 가능 품목에 새롭게 포함시키기도 했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이른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보장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리권이 보장되는 국가와 제조사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조사들의 '선의'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교체 필요 부품 '자가 진단'도 가능해진다

애플은 이날 네덜란드 스위스 포르투갈 등 24개국에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제 아이폰15 시리즈와 맥북 프로, 맥 미니 등 M2(고성능 칩) 기반 맥 제품 등은 자가 수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출시 국가 확대를 통해 자가 수리 서비스는 33개 국가에서 24개 언어로 지원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애플은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기기 성능을 직접 테스트하고 어떤 부품이 교체가 필요한지 등을 식별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서비스를 미국에 이어 내년 유럽에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2021년 말 미국에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처음 발표한 뒤 수리 품목과 서비스 국가를 늘려왔다. 프로그램 출시국에선 소비자가 스마트폰 액정 등 수리가 필요한 부분의 정품 부품을 온라인 등에서 구매해 직접 고칠 수 있다. 제품 수리 설명서도 제조사가 제공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따라 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구글 등도 수리권을 보장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 이어 올해 한국에도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 애플 제공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 애플 제공


국내서도 '수리권' 법안 발의됐으나 국회 계류

소비자에게 직접 수리라는 선택권이 생기면, 전체적인 제품 수명이 연장돼 폐기물 양이 줄고 소비도 감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리권이 전면 보장되면 가구당 연평균 330달러(약 42만 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소비자단체 US PIRG의 추산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새 제품 구입 감소를 걱정하는 제조사들의 반대에도 수리권 보장을 법제화하는 추세다. 애플 등이 미국에서 가장 먼저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내놓은 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전자기기 제조사들의 수리권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영향이 컸다. 뉴욕·캘리포니아 등 미국 5개 주에선 수리권 보장 법안이 이미 통과됐고, 다른 40여 개 주에서도 논의 중이다.

반면 한국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2021년 수리권 보장 법안을 발의했으나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관련 상임위원회에 잠들어 있다. 애플이 한국에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는 데는 정치권의 무관심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왜 한국에서는 삼성 스마트폰 자가 수리를 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대면 수리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자가 수리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 면밀히 검토하고 추진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이후 약 7개월 만에 자가 수리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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