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 속 가계통신비 통계는 오히려 하락
'과기정통부는 할 만큼 했다'는 평가
다만 아이폰 200만 원 넘는 등 단말기 값 부담
매년 선거철만 되면 단골 소재로 등장했던 '가계통신비가 비싸다'는 정치권의 주장. 이로 인해 정부에서는 통신사에 강력한 통신비 인하 압박을 해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통신사들은 이런 지적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매주 각 부처 차관이 모여 진행하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계통신비 안건은 서면으로 제출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이날 열리는 차관회의에서 가계통신비는 주요 안건에서 빠졌다.
정부는 최근 빠르게 물가가 오르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대면 대신 서면 보고를 하게 된 것은 그만큼 가계통신비가 다른 분야 대비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기정통부는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80만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 증가했다. 이 중 통신 지출은 12만9,96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1,373원)보다 1.1% 줄었다. 전체 소비 지출 중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기 4.9%에서 4.6%로 내렸다. 통신 지출은 2021년 1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증가하다가 올해 2분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증권가서도 "요금제 다양해지면서 통신사에는 악재" 평가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통신 지출은 전화 요금 등을 포함한 통신 서비스 비용과 휴대폰 단말기 비용을 포함하는 통신 단말 비용을 합한 값이다. 통신 서비스 부문은 5개 분기 연속 평균 10만 원 수준을 유지했다. 물가 인상이 가파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통신비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올해만 해도 수차례 통신사를 상대로 가계통신비를 내려달라고 압박했다. 이로 인해 ①데이터 제공량을 촘촘하게 구성하는 중간요금제가 나왔고 ②5세대(5G) 스마트폰에서도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가입하도록 선택권을 늘렸다. ③통신사 요금 대비 절반 수준인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통신 3사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제4이통사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내년 중에는 통신 3사의 5G 요금 최저 구간을 3만 원대로 낮추는 조치도 추진한다.
이로 인해 한때 '땅 짚고 헤엄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거뒀던 통신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5G 요금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에겐 호재이지만 통신사엔 분명한 악재"라며 "주력 요금제의 다운셀링(하락화) 본격화에 따라 2024년 1분기부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며 2024년 통신 3사 이동 전화 매출액은 모두 감소 전환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통신요금은 내렸는데 폰 가격은 고공행진
다만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단말기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가계통신비 중 통신 요금은 2013년 14만3,000원에서 지난해까지 약 10년 동안 9만9,000원으로 30%가량 떨어진 반면 통신 장비에 쓰는 금액은 9,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322% 급증했다. 한때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 상한선이었던 100만 원은 깨진 지 오래다. 최근 출시한 애플 아이폰15 프로맥스의 경우 190만 원에서 시작해 가장 비싼 모델은 250만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가격 인상에 발맞춰 점점 제품 가격을 높여왔다.
이에 정부는 이용자의 단말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단말기 제조사들과 만나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요구하는 등 추가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자칫 플래그십 제품 수요와 겹칠 수 있음에도 80만 원대 갤럭시S23 FE를 포함한 중저가 단말기를 내놓았다. 반면 애플은 정부의 방침에도 여전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