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장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하며 16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 기술을 넘긴 김모씨와 협력사 직원이 법적 단죄를 받게 됐다. 이들이 받은 대가는 수백억 원대지만 피해 금액은 2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2016년부터 이들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은 중국 창신메모리는 최근 첨단 메모리 제품(저전력 DDR5)까지 양산하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중 간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정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93건, 이에 따른 피해 규모는 25조 원대다. 그런데 올해는 11월까지 적발 건수가 이미 23건에 이른다. 단순히 산업 경쟁력이 침해되는 문제를 넘어 국가 기술 안보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할 때다.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한 경우 징역 3년 이상 및 벌금 15억 원 이하에 처해진다. 그러나 전체 기술유출범죄 중 기소 비중은 20% 안팎이다. 더구나 실형을 받는 건 10건 중 1건꼴에 불과하다. 그나마 실형을 받아도 양형 기준상 징역 5년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술 유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너무 경미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대만은 징역 12년까지, 벌금도 범죄 수익의 10배까지 처벌하고 있다.
첨단 기술력이 패권의 향방까지 결정하는 시대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와 고성능 반도체는 물론 저사양 반도체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도 막고 있다. 냉전 시대 '코콤' 같은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연구개발 성과와 오랜 생산 공정의 노하우가 축적된 K기술을 허무하게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단한 빗장으로 첨단 기술 보안을 더욱 강화하고,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더 높여 기술 탈취는 꿈도 꾸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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