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당사자는 회계 책임자
의원 기소는 공모 분명해야
아베파 다수 의원직 상실 땐
자민당 권력 구조 크게 변화
일본 집권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가 의원 본인들에 대한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18일부터 수십 명에 달하는 의원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기소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다수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경우 일본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아베파의 몰락을 뜻하는 것이어서 자민당 내 권력 구조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날부터 아베파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계파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얻은 수입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누락한 규모가 큰 계파(아베파, 니카이파 등)의 회계 담당자나 의원 비서 등을 주로 조사해 왔으나, 이제 '의원 본인'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시 '공민권' 박탈
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통한 '파티권' 판매 수입 중 의원 할당량을 제외한 금액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은 채 의원에게 돌려줬다. 이때 의원 측에도 '이 돈의 흐름을 장부에 기록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락 규모도 5년간(2018~2022년) 5억 엔(약 45억 원)가량에 달해 가장 많다.
검찰의 조사 초점은 ①파벌에서 돌려받은 금액 규모 ②받은 돈의 사용처 ③의원의 직접 관여 여부 등 세 가지다.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뒤 조사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치자금규정법에 따르면 정치자금 수입이나 지출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입한 경우, 5년 이하 금고형 또는 100만 엔(약 9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일정 기간 '공민권'이 박탈돼, 의원직은 물론 해당 기간 중 선거권과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한다.
의원 기소하려면 공모 정황 확인돼야
일각에선 계파 회계 책임자가 아닌 의원까지 기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원 본인에게 형사 책임을 지우려면 회계 책임자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등의 '공모 사실'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고하라 노부오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의원 본인을 입건하기에는 장애물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의원 본인을 기소하고 유죄 판결이 나온 전례도 있다. 지난해 자신이 주최한 정치자금 모금행사의 수입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데다, 이를 직접 지시한 증거도 나왔던 소노우라 겐타로 전 자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소노우라 전 의원은 비서에게 모금행사 당시 작성했던 메모를 지우라고 지시, 해당 비서만 입건되는 선에서 사태를 매듭짓는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비서가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이 '의원의 지시'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돼 그는 100만 엔 벌금형과 공민권 정지 3년의 약식 명령을 받고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는 흔치 않은 사례다.
아베파의 경우, 여러 의원이 "기재하지 말라"는 지시를 아베파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한 데다 아베파 내부에 실제 수지를 기록한 별도 장부가 존재하는 사실도 밝혀졌다. 회장이나 사무총장 등 '윗선' 의원들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많다. 특히 아베파 재무·회계 총괄책임자인 사무총장을 지낸 의원들의 기소 여부가 관심의 초점인데,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장관 등 아베파 수뇌부가 이에 해당한다. 지도부 다수가 재판에 넘겨지면 아베파 자체가 분열되거나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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