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인하로 출고가 하락 유도하는데
하이트진로 이어 롯데칠성음료 연내 '인상'
지난 13일 한 시민이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서 진열 중인 소주를 보고 있다. 뉴시스
내년부터 소주의 공장 출고가격이 약 11% 내려간다. 하지만 주류업체들이 ‘도미노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부가 식당의 소주가격 인하를 옥죌 수도 없어 서민 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은 주세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0%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산 위스키나 일반 증류주의 해당 비율은 각각 23.9%, 19.7%로 정해졌다. 기준판매비율이 처음 도입되는 점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해 비율을 확정 지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그간 출고가격의 일정 비율로 세금을 부과(종가세)하는 소주 등 증류주는 제조원가에 판매비용, 이윤을 모두 포함한 반출가격에 주세를 매겼다. 반면 수입주류는 판매비용‧이윤을 가산하기 전인 수입신고가격 기준으로 부과해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았다. 이 같은 역차별 해소를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출고되는 국산 증류주에 세금 할인 성격의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준판매비율만큼 제외한 금액 기준으로 주세를 산정하기 때문에 세금이 줄고, 그에 따라 출고가도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세청은 국산 소주의 과세표준이 22.0% 낮아지면 공장 출고가격은 10.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247원인 참이슬의 공장 출고가는 내년부터 1,115원으로 인하된다.
하지만 주요 주류업체들이 기준판매비율 도입 전 소주 가격을 올릴 수 있어 주류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관계자도 “소주 가격 인하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의 출고가격을 6.95%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를 연내 7% 안팎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소주 시장을 양분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가격을 올리면 무학‧보해양조‧대선주조 등 지역 소주 업체 역시 뒤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세금 외에도 주정값, 공병값 등 다른 가격 인상 요인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출고가격이 낮아질 경우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선 판매가격이 낮아질 수 있지만 식당에서 파는 술값은 정부가 강제할 수도 없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주 물가 상승률은 4.7%로 올해 2월(8.6%)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