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5년 만에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개정해 발간했다. 올바른 국가관과 명확한 대적관, 전투현장 중심의 군인정신을 함양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실린 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미화하며 이념과 정쟁의 틀에 갇혀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26일 공개한 새 정신전력교육 교재는 부실 검증 의혹부터 불거졌다. 교재는 "북한은 국가로 김일성 찬양가를 사용한다"고 적시하고 있으나 북한 헌법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다”라고 규정돼 있다. 북한의 ‘애국가’는 우리의 ‘애국가’와 다르지만 가사에 김일성 찬양의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북한 ‘애국가’ 작곡자 김원균이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작곡한 사실을 부풀린 셈이다.
교재는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이 전 대통령을 다루며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라고 극찬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 부정선거를 비롯한 잘못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대해서는 "일부 과오가 발생했다"고만 적시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간한 교재에 '경제성장에서의 불평등 문제' 등이 담긴 것과 차이가 있다.
교재는 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하면서 “북한 체제·이념·정책을 추종하는 우리 내부의 위협세력”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이어 “우리 내부의 위협세력은 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 ‘반공정권 타도’ 등 반미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서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반국가세력’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일부 부분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문장도 담겼다. 교재는 “정부는 북한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평화를 구걸하거나 말로 하는 평화, 즉 가짜 평화에 기댔던 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3일 “북한의 선의와 초현실적인 낙관에 기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벽한 가짜”라고 말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국방부는 각종 논란에 대해 부인했다. 입장문에서 “장병들에게 이러한 (내부위협) 세력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은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면서 “이를 부정하고 방관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하규 대변인은 “(교재 내용은) 사실과 역사적·객관적 내용들을 기술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또는 진영 논리에서 해석하는 것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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