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플라스틱 재질·용도별 세부통계 갖춰야
실효성 있는 재생원료 수급 계획 가능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플라스틱 제품 내 재생원료 사용이 의무화되는 추세가 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중심으로 포장재 등 플라스틱 제품 내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규제가 도입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탄소발자국 감축을 위해 재생원료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앞으로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재생원료 공급 문제는 쓰레기 문제를 넘어서서 산업에 필요한 원료 공급의 문제가 되고 있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고품질 재생원료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고품질 재생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준비가 잘 돼가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플라스틱은 다양한 재질이 다양한 용도와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재질만 하더라도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 매우 많다. 음료·식품, 화장품, 위생용품, 생활용품, 장난감, 전자제품 등 용도도 다양하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질·용도별 플라스틱 소비량과 쓰레기 발생량, 재생원료 품질수준 및 품질등급별 생산량, 재생원료 용도별 사용량 등에 대한 세부 통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각 재질 및 용도별 세부적인 통계는 구하기 어렵고, 재활용 통계도 물질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 구분 없이 집계되고 있다. 음료용 페트병 정도에 대해서만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을 뿐 나머지는 깜깜이다. 포장재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나 환경공단, 생산자들은 20년 전 기준 및 분류에 따른 통계만을 관리하고 있을 뿐 변화하고 있는 환경을 대비한 새로운 통계관리는 미흡하다.
재활용이 가장 까다로운 비닐류를 예로 들어보자. 비닐 포장재에도 앞으로 재생원료가 사용돼야 한다면 무슨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어떤 용도에 어떤 재질의 비닐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각 재질별로 비닐 포장재에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의 재생원료를 얼마만큼 생산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다음 재활용 현황 파악을 통해 재생원료 공급이 가능한지를 가늠하고 공급이 어렵다면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분리배출 비닐 속에 단일과 복합 재질 비닐 비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혼돈이다. 고품질 재생원료 공급은 안정적이지 않아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불안을 호소하는데, 정작 중·저급 재생원료 수요는 부족해서 재활용 업체들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전환기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통계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부든 기업이든 객관적인 현실 진단이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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