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이동환 목사 출교 이어 2860만 원 재판비용 청구
"돈 없으면 나가라는 건가… 교회 재판 아닌 자본가 같아"
이동환(앞줄 가운데) 경기도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출교 판결 항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개신교계가 성소수자 이슈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4년 전 성소수자에게 축복 기도를 해줬다는 이유로 이동환(42) 경기도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출교(黜敎) 판결을 받으면서다. 그가 18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 뜻을 밝힘에 따라 논란은 더 커지게 됐다.
이 목사는 지난 8일 기감 경기연회(감독 박장규 목사) 재판위원회에서 출교 판결을 받았다. 개신교의 출교는 소속 교단의 목회자 및 교인 자격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 목사는 18일 회견에서 기감이 2,860만 원의 재판비용을 청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항소를 위한 기탁금 700만 원을 포함해 3,560여만 원을 납부해야 총회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두고 그는 "돈 없으면 닥치고 나가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로 항소 제기 기간은 1심 판결 후 2주 이내다.
감리회는 왜 '축복 기도'를 문제 삼았나
이동환(앞줄 왼쪽 네 번째) 경기도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관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출교 판결 항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이 목사가 이 같은 싸움을 하게 된 이유는 그가 성소수자를 위해 펼친 각종 활동이 교회법에 어긋난다는 교단의 판단 때문이다. 기감은 2015년 교단법 '교리와 장정'을 개정해 동성애를 교회법상 불법 행위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이 목사는 2019년에 재판에 회부돼 지난해 정직 2년의 중징계가 확정됐다. 이번 출교 결정은 지난 3월 감리회 목사와 장로 등이 이 목사를 고발하면서 동일한 죄목으로 또다시 감리회 재판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판결문에는 이 목사가 정직 징계를 받고서도 동일한 행위를 해 가중처벌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 목사 출교 결정을 찬성하는 이들은 출교 판결을 교단법과 더불어 성경 준수의 중요성을 일깨운 결정으로 본다. 교단 내 동성애 옹호 세력에 반대하는 목회자와 신도들의 모임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의 사무총장인 민돈원 인천 강화 문산교회 목사는 "동성애는 성경과 교단법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깨는 행위"라며 "영혼을 살리는 목회자가 교회와 가정을 해체하는 동성애 사상에 동조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계 동성애 갈등, 신학적 공론장에 올리자"
반대로 성서의 가르침을 근거로 들어 이 목사 출교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박경양 서울 평화의교회 목사는 "간음은 동성애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성경에 언급돼 있지만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될 당시 한국 개신교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며 "다양성을 존중해 온 진보적 신학이었던 감리교가 약자에게만 철퇴를 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사는 상대가 범죄자일지라도 누구를 위해서든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인데 동성애 기독교 신자에게 축복 기도를 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문제는 기감뿐 아니라 개신교 전반에서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는 의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도 2020년 '성소수자 연구'를 이유로 이미 은퇴한 목사인 허호익 전 대전신학대 교수를 면직 및 출교 조처한 바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교계의 동성애 논쟁을 신앙적 공론장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을 지낸 김상덕 박사는 "교회는 더 이상 과거의 교회 신학과 신앙 기준으로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대의 문제에 반응할 수 없다"며 "시대의 중요한 주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신학 담론이나 교회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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