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항공사와 MOU, 국내 면세업계 최초
마일리지 적립-특별 할인 혜택 등 제공
'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에 방점
중국에 기대지 않고 시장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은 전략적으로 꼭 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신세계면세점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콩 국적 글로벌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주요 타깃 고객의 무게추를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서 '다국적 개별 여행객'으로 옮기겠다는 취지다. 국내 면세점이 외국 항공사와 MOU를 체결한 건 이번이 최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4년 2월부터 캐세이퍼시픽 회원에게 '아시아 마일즈' 제휴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1960년 한국에 취항한 캐세이퍼시픽은 1,000만 명 가까운 회원을 지닌 홍콩 최대 항공사다. 아시아 마일즈는 캐세이퍼시픽 회원이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다. 구체적으로는 신세계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경우 '1,000원당=1 아시아 마일즈' 식으로 적립된다. 30만 원 이상 구매하면 250 아시아 마일즈가 추가로 쌓인다.
캐세이퍼시픽 회원은 할인 쿠폰의 형태로 신세계면세점에서 쓸 수 있는 쇼핑 지원금도 약 34만 원어치 받는다. 캐세이퍼시픽 온라인숍에서 신세계면세점 선불 카드를 살 수도 있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캐세이퍼시픽 항공편을 통해 한국에 오는 탑승객은 신세계면세점 쇼핑 지원금이 포함된 바우처를 따로 받는다.
"언제까지 중국 정상화만 기다리나 의문 들었다"
이 같은 결정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의존했던 마케팅 구조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셈법이 작용했다. 유신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엔 "'다이고우1'라고 불리는 중국인 고객의 매출이 84.5%(잠정치)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면서도 "(코로나19) 이후에도 면세점이 실적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대표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언제까지 중국 정상화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냐'는 근본적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계기를 밝혔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월평균 14만4,000명으로 단체 관광이 불가능했던 2017~2019년 평균(월 41만6,000명)보다 크게 줄었다. 연구원은 중국인 단체여행 비율 또한 코로나19 이전엔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20%를 웃돌았다가 올해 3분기 13.8%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중 개별 여행객 비중은 2019년 77.1%에서 올해 3분기 85%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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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커 찾아라' 다른 아시아 국가 노리는 면세업계
이처럼 올 8월 빗장을 풀었음에도 '유커2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업계는 다른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10월 23일 대만 교통카드 점유율 1위인 이지카드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신라면세점 또한 이용자 수가 1,100만 명(11월 1일 기준)에 달하는 대만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의 이번 MOU는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읽힌다.
유 대표는 "문화적 차이나 거리적 한계로 봤을 때 미국·유럽 고객보다는 동남아·중국 등 아시아 고객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단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면서 "아시아에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캐세이퍼시픽과의 제휴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협약이 연간 1,6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1 다이고우
- 중국인 구매대행업자를 일컫는 말
- 2 유커
-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지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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