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제176회 미술품 경매서
사형 집행을 앞둔 안중근(1879~1910) 의사가 1910년 3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묵서(먹으로 쓴 글씨)가 19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안 의사 유묵(고인이 생전에 남긴 글씨) 중 최고가다.
19일 열린 서울옥션의 제176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된 이번 작품에는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라고 쓰여 있다. 글씨 왼쪽엔 "경술년(1910년) 3월 여순(뤼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씀(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安重根書)"이라는 협서(본문 옆에 따로 쓴 글)가 있다. 협서 아래쪽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약지가 짧은 '장인(掌印)'이 찍혀 있다. 안 의사는 애국을 맹세하며 왼손의 약지를 스스로 잘랐다.
서울옥션은 경매를 앞두고 묵서에 대해 "사형을 앞둔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시원스럽고 당당한 필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며 "글의 내용 또한 독립운동에 투신하며 불꽃 같은 생을 살았던 안중근 의사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초 추정가는 5억~10억 원이었는데, 이번 낙찰가는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장 경매가는 4억 원에서 시작됐으며 응찰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낙찰가가 추정가 이상으로 올라갔다.
묵서는 당초 일본 교토에 있었던 것으로, 이번 경매를 앞두고 처음 공개됐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 잠입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고 이듬해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협서의 내용을 고려하면, 이는 사형 직전 남긴 묵서인 셈이다. 이번 경매 결과로 나라 밖을 떠돌던 안 의사의 묵서는 113년 만에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안 의사의 작품 중에서도 기개와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데다 힘 있는 필체가 더해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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