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 토크 #72]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구현한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로 옮겨내 수익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상품 기획과 고객 검증, 제품 개발과 출시, 판매에 이르기까지.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오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무척 많기 때문일 것이다. 솔레마망은 생활 속 불편함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여러 상품을 선보이는 소상공인 기업이다. 이는 모두 주부인 임하율 대표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솔레마망 대표 임하율입니다. 솔레마망은 임산부, 아이, 노약자 모두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아이디어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줄여서 '임·아·노 라이프를 추구한다'고 말하곤 해요."(웃음)
대표적으로 어떤 제품들이 있나요?
"비나 눈이 오는 날, 아이와 잡은 손과 얼굴이 젖지 않게 하는 '캥거우비'라는 제품이 있고요. 빨래바구니 통째로 세탁하는 '바망', 원룸이나 1인가구에서 사용하기 좋도록 기존 사이즈를 절반으로 줄인 '1/2 발만쏙발패드' 등이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을 메모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불편함을 메모하기 위해 아이디어 노트를 펼쳤다가, 전에 써둔 내용에서 그 개선점을 떠올리기도 해요. 예를 들어, 물이 욕조 밖으로 튀지 않도록 샤워 커튼을 설치하니 그 커튼에 곰팡이가 생기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아직은 출시 전이지만, 이 문제를 개선한 샤워 커튼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어떠한가요?
"불편함을 개선할 방법에 집중합니다. 방법을 구상해보고 괜찮겠다는 판단이 서면 맘카페에 검색해봐요. 다른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요. 예를 들어 나처럼 두 아이와 도보로 등원하는 엄마들이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비오는 날 연년생 등원' '비오는 날 쌍둥이 등원'같은 검색어를 집어넣는 거죠. 그 후 제 생각을 정리해 구상한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올립니다. 그 후 상표나 디자인, 특허를 알아본 후 공장을 찾아 제작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캥거우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린이집 등원길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기획한 제품이에요.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어요. 앞섶이 뜯어져 버리려던 우비를 급하게 챙겨입고, 둘째를 제 배쪽으로 끌어당겨 비를 가려주었어요. 차에서 어린이집까지 그 자세로 둘이 걸어갔는데, 그 때 아이가 "엄마, 우리 캥거루 같아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순간 무척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처럼, 아이와 함께 하는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우비를 생각하게 됐죠."
제작 과정과 출시 후 반응이 궁금합니다.
"'캥거우비'는 들어가는 원단도 많고 공정도 복잡해 제작단가가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벌에 몇십만원을 상회하기도 했어요. 조금이라도 제작 단가를 낮추고자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서 제작하게 됐습니다. 현재 이 제품은 연년생, 쌍둥이 부모가 어린이집 등하원용으로 사용하고나 등산을 즐겨하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십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후기도 있어요. 시각장애아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가 남긴 영상과 사진인데요. 아이들과 등원할 때 비가 오면 지팡이와 우산을 동시에 써야 하니 무척 불편했는데, 이 제품을 통해 그 불편함이 많이 개선됐다고 남겨주었습니다. 이런 경우까지 감안해 제품을 기획한 건 아니었는데, 쓰임새가 다양해지니 고맙기도 하고 '아직 내 시야가 좁다'는 반성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 생활 속 불편함을 넘어 타인의 불편함도 함께 들여다보려고 노력합니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둘째, 셋째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며 7년 만에 제 시간이 생겼어요. 독박육아로 삼남매를 키우느라 저만의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제는 내 일을 하고 싶었어요. 재취업을 위해 강의를 듣다가 창업을 권유받고,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창업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 욕심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하는 시간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아이들과 있을 땐 아이들 먹거리와 집안 정리만 생각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하루도 치열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둘 중 하나를 놓친다'는 자책에 힘들어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하진 못하더라도 계속 나아지도록, 끈기있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임산부와 아이, 노약자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내가 살아오며 경험한 것은 그 자체로 한계가 있으니,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들어보고 싶어요. 특히 주부들의 경험담과 아이디어요. 그렇게 '백 명의 엄마들과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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