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 토크 #74] 경험에서 창업 기회를 엿본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러 상황에서 큰 제약을 갖는 해양 생활. 특히 의료 서비스는 열악하다 못해 전무한 수준이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선원 출신의 VMS 김지석 대표는 해운 시장에 특화된 의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해운시장을 대상으로 한 '특화형 보건복지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VMS입니다. 2023년 국가지원을 받아 1차 서비스인 '메드 프렌드'라는 24시간 건강 상담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2024년부터는 해운 종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서비스 등 종합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명은 무슨 의미인가요?
"VMS는 Vessel Medical Service의 줄임말입니다. 4년 넘게 배를 타며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해운시장에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사업을 시장했어요. 그래서 직관적인 상호를 만들었습니다."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고 창업 동기는 무엇인가요?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현 항해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승선했습니다. KMTC라는 컨테이너 선사부터 시작, 약 4년 반 동안 그 업계에서 일했어요. 사망, 신체 절단, 급성 쇼크 등 너무나 많은 사건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해상에서 일하다 보니 결정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마 문제의식을 갖게 된 시작점은 나와 내 친동생이 겪었던 일이었던 거 같아요. 승선 중 딱 2번 크게 아팠는데요. 그중 한 번은 게실염과 더불어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이 며칠이나 지속됐어요. 하필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라 약도 없었고, 병원도 가지 못했죠. 병의 원인을 몰라 다음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사흘동안 격리됐습니다. 그렇게 응급실로 이송되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싶었어요. 친동생도 배를 타는데, 선천적으로 고혈압이 있어 매일 약을 먹어야 하지만 배에선 그게 힘듭니다. (길게는 6개월, 1년의 약을 처방받아야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법과 약사법에 의해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로 동생은 한 달 반 동안 고혈압약을 먹지 못한 채로 지냈습니다. VMS는 이런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만든 회사입니다. 그래서 우리 미션은 '육상과 동등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해상에서도 제공하는 것'입니다."
현재 해양 의료 서비스는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가요?
"전무하다고 보면 됩니다. 육상에선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고, 약국에서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약을 사 먹어도 되지만 해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박 스케줄에 맞춰 생활하니 아파도 병원을 못 가는 건 당연하고요. 의약품도 무척 열악합니다. 선박에는 60년이 넘게 바뀌지 않는 필수 비치 의약품만 확보하고 있어요. 아픔을 참다가 더 큰 병을 야기하는 경우도 많고요. 의료에서 중요한 건 골든타임과 장소입니다. 시의적절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해운업계는 사람보다 선박과 선박을 둘러싼 환경이 최우선입니다. 바다에 나가있으면 진료, 처방, 치료 그 어떤 행동도 못하니까 시의적절한 치료는 꿈꾸기 어렵죠. 비치 의약품이라도 시중 약국만큼 충분하다면 비대면 진료를 해서라도 처방할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꼭 비치해야 하는 의약품만 구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비대면 서비스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원은 아프면 기다리는 방법 외엔 없습니다. 우리가 2년간 전현직 선원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5%가 승선한 뒤 건강이 악화됐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원이 3만 명 선이 붕괴되고, 선원 평균 연령이 50대 중후반이라는 점 등 선원기피현상엔 건강 문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겁니다."
서비스는 어떻게 이뤄져있나요?
"예방, 초기조치, 응급조치, 관리 총 4단계로 구성했습니다. 선박, 해운이라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응급의학과 교수진을 포함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보다 현실적인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의료 분야다 보니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 제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 개발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금만 있다면요.(웃음) 의료 전문성 역시 전문 의료진과 협업하고 있으니 큰 문제없습니다. 의료진과 병원의 참여 의지도 높고요. 유일한 제약은 해운업계의 컨센서스일 겁니다. 해운업은 각 이해당사자의 상황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사무실에 출근해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하는 육상과 달리, 선사와 선주 선원 모두 평생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을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래요. 해결 필요성이 아주 크게 와닿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려운 매우 보수적인 업계입니다. 우리는 업계 컨센서스를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바닥부터 쌓은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의 동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4개 대형 및 중견급 선사가 도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모두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나 누구도 쉽게 시도하지 않은 길을 걸어가 꼭 성공하고자 합니다."
고객은 누구인가요?
"해양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이 제 고객입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선원들도 해상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진료받고 치료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가족과 나를 위해 바라를 나가 최소 6개월을 승선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선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상에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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