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PBS 시범운영 성과>
'관심받으려는 행동' 분석 후 중재
고운말 쓰면→간식 주고 친구들과 먹기
문제행동 감소... 교사와 학생 모두 만족
"멍청아! 그것도 모르냐?" "멧돼지야!"
올해 1학기 서울 초등학교 6학년 A군은 이런 거친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구들을 비난하거나 친구들이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부르는 게 A군의 습관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수업과 관계없이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을 얘기했다. 이로 인해 매일 한두 번은 A군과 친구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담임 교사가 이런 문제를 알게 된 건 3월 말이었다. 학기 초 학급 규칙을 '친구의 이름 부르기, 친절하게 말하기, 시비 걸지 않기'로 정한 뒤 한 달이 지나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했는데, 반 학생 20명 중 4명이 A군 때문에 힘들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담임은 A군의 언행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대신 '긍정적 행동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PBS)'이라는 생활지도 방법을 선택했다. PBS는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행동중재계획을 세워 대응하는 체계다. 미국에서 널리 쓰이고 국내에서는 서울 시내 특수학교에서 10년 전부터 활용됐는데,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일반 학교에도 PBS를 확대한다는 목표로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과 함께 시범 운영했다.
교사는 A군의 문제행동 가운데 '친구를 비난하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을 고치겠다는 목표로 4월부터 본격 중재에 나섰다. 먼저 문제행동 원인을 '친구들의 관심 얻기'로 파악한 뒤 A군에게 친구에게 어떤 말을 쓰면 좋을지를 교육하고 매일 행동을 체크했다. A군이 '고운말 쓰기' 약속을 지키면 간식을 줬고, 그 간식을 친구들과 나눠먹게 해 자연스럽게 호감을 얻게 했다.
A군의 행동은 극적으로 변했다. 교사는 하루 네 번 쉬는 시간마다 A군의 약속 이행 여부를 체크했는데, 초기에는 거의 약속을 지키지 않다가 5월 셋째 주부터 하루 평균 3.5번 약속을 지켰다. 4~6월 학급에서 실시한 '한 달 돌아보기' 점검에서 A군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학생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A가 멧돼지라고 부르는 행동을 고쳐줘서 고맙다. 학교생활이 재밌어졌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21일 서울시교육청은 A군 사례를 포함해 PBS 시범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일반학교 시범 운영과 정책 연구 결과, 학생의 가시적 행동 변화와 함께 교사의 성장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학생의 문제행동이 줄어든 것은 물론, 교사가 생활지도에 자신감과 효능감을 얻는 효과까지 거뒀다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중재 성공을 위해선 A군 사례처럼 교사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행동이 심각할 경우 학교 차원의 대응이나 교실 친구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시교육청은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오은영 박사식 컨설팅'을 제공하는 행동중재전문관을 늘리고, 교사를 도울 보조인력(긍정적행동지원가)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서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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