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1월부터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 조사
"중국 안보 위협 줄이는 게 조사 목표" 발표
첨단 칩 수출 통제 이어 저가 칩도 제재 수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부터 중국산 저가 범용 반도체(레거시 칩)에 대한 미국 기업 사용 의존도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만드는 구형 범용 반도체에 관세 부과 등 조치를 취하기 위한 수순으로 읽힌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구형 반도체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영향력이 너무 빠르게 커지자 미 정부가 추가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내년부터 미국의 자동차·항공우주·방산 등 첨단산업 분야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조사 목적은 레거시 칩이라고 알려진 범용 반도체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제기하는 국가 안보 위험을 줄이는 게 이번 조사의 목표"라고 분명히 했다.
'레거시 칩' 시장 중 영향력 견제 나선 미
레거시 칩은 구형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로, 업계에선 통상 2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보다 큰 반도체를 레거시 칩으로 분류한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 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선 10나노급 이하 첨단 반도체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로만 보면 레거시 칩 비중이 여전히 70%가 넘는다. 레거시 칩은 가전, 스마트폰 등뿐 아니라 무기 등에도 폭넓게 이용된다.
레거시 칩은 그간 미국 정부의 주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수급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한 이유는 미국의 통제로 첨단 반도체 개발이 어려워진 중국이 레거시 칩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레거시 칩 공장을 신설하는 자국 기업에 최대 10년까지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이 시장 내 경쟁력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8나노 이상 레거시 칩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이 올해 29%에서 2027년 33%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일부 중국 반도체회사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경쟁사들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범용 반도체에서도 중국 기업의 미국 공급망 장악을 막고자 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레거시 칩을 앞세워 반도체 공급망을 제어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끼고 행동에 나섰다는 얘기다.
미, 중국산 레거시 칩 관세 부과 나설 듯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이번 조사가 우리의 다음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언급한 다음 행동에는 관세를 비롯한 무역 수단이 포함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범용 반도체 관세 부과를 상무부에 권고했다. 다만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처럼 수출 통제를 하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조사 내용을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결정에도 참고할 계획이다. 중국산 레거시 칩을 많이 쓰는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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