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각양각색이라 일반화 어려워도
진일보한 판결에 노동계 목소리 커질 듯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논의에 영향 전망
법원이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자 노동계가 반색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에 대해 진일보한 첫 판결이라 노동자 권리 보장과 보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다만 대법원 판단이 남았고 플랫폼 업계 근로 형태가 워낙 다양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고법은 21일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였던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인력 공급 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타다 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가 2019년 7월 차량 감차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당하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A씨가 해고 제한 등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는 '근로자'인지 여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봤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타다가 운전기사들의 근태관리 및 작업방식에 관여한 점을 근거로 "근로자가 맞다"고 뒤집었다.
엇갈린 판단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7월 1심 판결에서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 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며 '프리랜서'라고 봤다.
반면 2심에서 서울고법은 "타다 기사는 근로자고 쏘카는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시했다. 대기 장소부터 차량 운행경로, 복장, 고객 응대, 근태관리, 근무실적 평가 등이 쏘카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는 게 요지였다. 또 "배차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각종 인사상 불이익(경고·대면교육·계약해지)이 예정돼 사실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었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전속성에 대해서도 서울고법은 "겸업은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라 이를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종사자의 근로자성 여부는 국내외에서 공통된 화두로 부상했다. 법적인 계약 관계는 프리랜서여도, 플랫폼 원청이 앱을 통해 실시간 업무 지시를 하고 업무 요구 불이행 시 불이익을 주는 등 사실상 자율성 없이 종속돼 일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국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이 과도하게 협소한 상태에서 새로운 노동 형태의 시류를 반영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향후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제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번 판결만으로 여타 플랫폼 업계 노동자들까지 곧바로 수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은 데다 플랫폼 업계 내에서도 직종·회사에 따라 근로 형태가 각양각색이라 일반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계 전문가들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같은 포괄적 법 제정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판으로 근로자성을 힘들게 다투지 않아도 최소한의 불공정으로부터 종사자를 보호할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리더십을 보여 산업별 특수성에 맞는 표준계약서 마련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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