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체제’로 결정을 내려온 방송통신위원회 운영에 대해 법원이 위법성을 지적했다. 방통위법에 여야 추천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을 두도록 한 입법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무리한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등의 결정이 줄줄이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20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후임 김성근 이사 임명 처분 집행 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1심대로 권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정엔 1심에선 보이지 않은 이유가 추가됐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 임명 처분은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져 방통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으로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확인한 것이다.
방통위법은 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 몫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방통위는 지난 5월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후 ‘3인 체제’로 운영되다, 8월부터 이동관 당시 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결정을 내려왔다. 대통령이 지명한 2인만으로 파행적으로 운영한 것이다.
‘2인 체제’는 사실 ‘위원회’라고 부를 수도 없다. 방통위법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나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돼 있다. 정족수 규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운영인데, 이 점을 법원이 제대로 짚었다. 같은 취지에서 앞서 ‘3인 체제’로 결정해온 사안들도 위법성을 따져야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송 지형을 친여권으로 바꾸기 위해 무리한 결정들이 줄을 이었다.
현재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방통위는 ‘5인 체제’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영의 법적 토대가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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