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보다 6000억 더... 26조5,000억
이종호 장관 "세계 최고 경쟁력 위해"
연구자들 "증액 미미... 고용불안 여전"
조성경 1차관 '카르텔' 발언 논란 지속
국회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안보다 약 6,000억 원 늘린 26조5,000억 원 규모로 확정했지만, 과학기술계는 "순감 규모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증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확정된 예산이 각 연구기관 및 개인 연구자들에게 배분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예산 감액 여파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국회에서 확정된 정부 R&D 예산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장관은 "국회 심의 단계에서 다양한 연구 현장의 의견과 우려사항을 보완해 최종적으로 6,000억 원이 증액된 26조5,000억 원으로 확정됐다"면서 "세계 최고의 R&D 경쟁력을 갖기 위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은 빼고 근육을 붙여가자'는 취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연구장려금이 포함된 기초연구 지원(2조6,300억 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돼 올해 대비 1.7%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미래 세대 연구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전체 R&D 예산 삭감 기조에서 기초연구 분야 예산이 순증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증액 규모가 미미한 데다, 장학금·연구장려금이 일부 대학원생들에게 지원된다 하더라도 전체 R&D 사업 규모가 축소된 데 따른 연구자들의 고용 불안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기초연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정옥상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 "당장 예산 규모가 줄지는 않았지만 신진·중견·리더연구 등 단계적으로 체계가 잡혀 있던 연구시스템의 밑단 예산이 사라져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동헌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 입장에서 당장 재학 중에 받을 수 있는 장학금 등의 지원은 부차적인 문제"라면서 "장차 졸업 후에 가게 될 연구기관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가 더 중요한데, 해결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연구 현장의 저항과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R&D 예산 복원 요구를 끝내 외면하다가, 연말에 이르러서야 겨우 조족지혈로 회복(증액)시켰다"고 비판했다.
최근 특정 연구기관을 콕 집어 'R&D 카르텔'로 지목한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의 발언이 과학기술계를 자극하기도 했다. 조 차관은 이달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8가지 카르텔 사례를 직접 공개했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 연구에 대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년간 내용은 거의 동일한데 제목을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하는 사례"라고 콕 집어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차관의 발언은 과기정통부 내에서 논의한 바 없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해당 발표 자료를 부처 직원이 만들지도 않았다"고 에둘러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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