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23일 오전 불
용광로 등 일부 시설 가동 중단
소방당국 "점화원 누설가스 의심"
포스코는 가스 누설 설명 회피
전기 스파크 하나로 국가 기간설비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고로(용광로)를 비롯한 공장 대부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4일 오전부터 대부분의 고로는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소방당국과 포스코 측이 사고 원인을 놓고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논란이다.
사고는 23일 오전 7시 7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1, 2고로 사이 고압전선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이 여파로 쇳물을 만드는 제선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의 선강구역 전기 공급이 전면 차단됐다. 고로 5기 중 3기도 가동을 멈췄다. 화재는 2시간 17분 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24일 오후까지도 일부 설비는 가동중단 상태다. 포스코에 따르면 2, 3고로와 압연공장 대부분이 정상화됐고 4고로는 25일 가동이 재개된다.
최초 화재 원인을 놓고 소방당국과 포스코 측은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당일인 23일 화재원인과 관련, "주전력선 트레이(받침대) 인근 배관의 가스가 누설됐고 전력선에서 어떤 이유로 스파크가 일면서 불이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스 누설의 근거로 전력선 케이블과 함께 가스배관 피복도 5m가량 불에 탄 점을 제시했다. 반면 포스코 측은 배관 가스 누설이 화재로 이어졌다는 추론은 배제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24일 공식설명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화재원인은 케이블 소손(불에 타 손실)"이라고만 밝혔다. 케이블이 불에 탄 스파크의 발생 원인과 (가스) 배관 부위 소실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체로 전기 스파크 발생보다 고압가스 누출이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 측이 관리 소홀에 따른 여론 악화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안전관리법과 가스안전관리법상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과태료는 전기는 300만 원 이하, 가스는 2,000만 원 이하다.
경북 소방본부 관계자는 2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불이 나려면 점화원과 연소물질, 산소 3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이번 화재의 경우 정밀감식을 해봐야 알겠지만 점화원은 전기스파크, 연소물질은 케이블 피복과 누설가스가 의심된다"며 "고압가스는 폭발의 위험이 커 이중삼중의 안전장치와 관리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전기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포항제철소는 1년 전 태풍 힌남노 수해로 공장 전체를 새로 짓는 수준의 복구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화재에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하자 안팎에선 '조기 가동에 급급해 정비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에는 오전 8시 35분쯤 원료 저장고인 60m 높이의 사일로에서 철광석을 옮기는 제철소 컨베이어벨트에서 불이 나 2시간 만에 진화됐다. 지난 4월 18일 오전 3고로 코크스 오븐 가스 승압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같은 달 27일에도 파이넥스 3공장 인근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불이 났다.
정침귀 포항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노후된 배관에서 가스가 새어 나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가스 배관 설비에 대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정전으로 인한 설비 피해는 없었기 때문에 설비 재가동에 문제가 없으며, 제품 재고가 있어 제품 공급 차질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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