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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초과 판단 시 주당 근로시간 기준"... 대법원 첫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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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초과 판단 시 주당 근로시간 기준"... 대법원 첫 기준 제시

입력
2023.12.25 15:07
수정
2023.12.25 16:4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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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하루 근무시간은 무관, 주당 시간만 봐야"
일당 초과시간 합산이 주12시간 넘을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배치... 노동계에선 반발

서울 서초구 대법원 .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 한국일보 자료사진

월·수·금요일에 각각 14시간씩 일하고 화·목요일엔 쉬는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주(週) 단위로 계산하면 그의 근무시간은 주 42시간이라 주 52시간 이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日) 단위로 계산하면 하루 8시간 근무 초과분 합산이 18시간(6시간씩 3일)에 달해, 근로기준법(한 주에 12시간까지만 근로시간 연장 가능)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어떤 계산법이 맞을까? 대법원이 전자 해석의 손을 들어줬다. 주 52시간 준수 여부를 따지려면 한 주 동안 근무시간을 모두 더한 후 초과분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 52시간 법 시행 후 실무적으로 여러 기준이 혼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주 52시간 초과'의 정의를 판례로 정립한 셈이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정부가 유지해 온 행정해석과도 배치돼, 노동시장에서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사건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한 주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했는지를 판단할 때, 주에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각 근로일마다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시간을 합산한 것은 법리를 위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에 12시간까지 근로시간(하루 8시간·주 40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 53조 1항)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의 '1주에 12시간 연장 가능' 규정에 대해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1일 연장근로 한도까지 별도로 규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정근로시간(40시간)에 초과근무시간(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 근무만 지켜진다면,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해도 무방하다는 취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계산할 때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했던 하급심 판결 및 행정실무상 불일치를 정리한 것이다. 종전까진 ①하루당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 각각을 주 단위로 합산 ②주 근로시간을 모두 더해 40시간을 초과한 부분만 계산 ③두 기준을 모두 적용해 하나라도 넘기면 한도 초과로 산정하는 등 세 가지 방식이 혼재되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1·2심 재판부는 하루당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합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기준을 통해 1·2심은 공소사실 130주 중에서 109주 근로시간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예컨대 이 사건에선 화요일 12시간(+4시간), 수요일 11시간 30분(+3시간 30분), 목요일 14시간 30분(+6시간 30분), 일요일 11시간 30분(+3시간 30분)을 일했다. 하급심은 4일간 하루 8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시간을 합산(17시간 30분)해 주 12시간 한도를 초과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계산법에 따르면 B씨의 연장근로시간은 총 49시간 30분으로, 법정근로시간 초과분이 9시간 30분이라 초과근무시간 한도인 12시간에 못 미쳐 무죄다.

대법원과 고용부의 '주 52시간' 판단 기준 차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법원과 고용부의 '주 52시간' 판단 기준 차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런 방식은 고용부가 유지해 온 행정해석과도 상반된다. 고용부는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초과하는 시간 합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에 따라 행정해석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이 행정해석과 다른 판결을 내린 만큼 현장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교대 근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하루 8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한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그동안 현장에 자리 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방식과도 배치된다”며 “시대착오적이고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장시간 노동을 허용해 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선택한 방식이 1주 연장근로를 항상 과소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누군가 월~토요일 6일에 걸쳐 10시간씩 총 60시간 근무했다면, 대법원의 주당 합산 방식으로 본다면 법 위반이 되지만 일당 합산 방식(2시간X6일) 기준으로는 법 위반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근아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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