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공동수상작]
'잘 헤어졌어' 김양미 작가
아이들도 이별을 한다. 그들도 어른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 소중한 가족과 친구, 아끼는 물건, 정든 집과 헤어질 때는 마음이 요동친다. 그것이 상실과 아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건강한 이별은 마음에 약이 된다.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제64회 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공동 수상작이 된 '잘 헤어졌어'는 이별을 잘 겪어내며 훌쩍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다.
책은 2006년 아동문학 '찐찐군과 두빵두'로 제2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김양미(56) 동화작가의 아홉 번째 작품. '나는 네가 나와 달라서 좋았어' '너의 친구라서 좋은데 힘들기도 했어' 같은 섬세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이 수시로 등장해 마음을 다독인다. "세상에 쉬운 이별은 없죠. 헤어짐이란 누구나에게 만만치 않은 일이니까요. 다만 그런 감정조차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다시 이별을 떠올리면 나를 단단하게 만든 경험이었다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심리를 따라갔죠."
결핍은 나의 힘...부족한 것에서 가치를 찾다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즉흥적으로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길 즐기던 그가 동화의 매력에 빠진 건 안데르센 동화 전집의 '공과 팽이의 사랑 이야기'를 읽은 뒤였다. "동화는 밝고 맑은 이야기여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서로의 아름다움에 끌려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 차이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장난감의 이별을 보면서 밝은 것, 혹은 완벽한 것만 꼭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결핍으로 인해 뭔가 더욱 절실하고 소중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느꼈죠."
'잘 헤어졌어'에 등장하는 다섯 번의 이별도 작가에겐 그런 것이다. 사라지거나 헤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에서 먹먹해지는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싶었다. 스스로 세상의 이별과 비애를 알아버린 아이가 돼 밑바닥 깊숙이 저장된 유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른에게도 아픈 이별을 아이들이 어떻게 견딜까 싶지만 그가 빙의한 어린 주인공들은 세상이 단면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깨닫고, 부족함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승화시킨다. "어린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물어봐요.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냐고.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한 답이 나와요. 저마다 상황에서 넘치거나 되바라지지 않은 순수한 감정을 쏟아내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예요."
책을 쓰는 동안 어린 인물들의 마음에 빠져 참 많이 웃고 울었다는 김 작가는 "어린 시절의 나와 잘 헤어지고, 새로운 나를 만나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책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막연히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부족함을 발견하고 어루만지는 일에 끌려요. 세상의 소외, 결핍, 부재처럼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아름답고 긍정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작가로서 소명이지요. 위안이 필요할 때 언제든 펴서 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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