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이 26일부터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 원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처리가 불투명해 보였지만, 지난주 정부가 기습적으로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여야 관계가 얼어붙었다.
주식 시장에서는 연말마다 대주주들이 매물을 쏟아내는 일이 반복돼 왔다. 큰손들이 양도세를 피하고자, 과세시점인 연말 개별 주식 보유량을 일시적으로 10억 원 미만으로 낮추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빚어지는 주가 하락에 양도세와 무관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요구가 많았고,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진국 다수가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고, 한국도 이에 맞춰 과세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는데, 그 흐름을 역행한 것이다. 특히 올해 세수가 60조 원가량 부족하고 내년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강조하는 ‘건전재정’과도 모순되는 행보다.
정부는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유례없이 ‘이틀짜리’로 단축하며 명분으로 내세운 “연말 시장 변동성 완화”의 판단 근거와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고, 세수 감소액 추정치조차 없었다. 특히 지난해 세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년 연기하는 대신 대주주 기준을 2024년까지 유지한다”는 여야 합의도 위반했다.
당장 야당은 합의 처리될 것으로 보였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취소하는 등 정국 흐름이 거칠어지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이 단독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 특별법’을 “입법 독주”라며 비판해온 정부 여당의 반대 명분도 약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가 무리를 무릅쓰고 대주주 양도세 완화를 강행한 것은 1,400만 명 주식투자자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주식시장 강세는 규제 한두 개 바꿔서 가능한 게 아니라, 경제와 기업 실적이 양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정국을 원활히 운영하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