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가 못 박은 '혁신 데드라인' 코앞
이번주 공관위원장 선임, '외부인사' 카드 고심
"계파색 자유롭고 개혁 쇄신 이미지 담보할 인물로"
물밑 조율 '빈손' 정세균·김부겸, 조건 없는 회동 추진
새해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도 통합 행보 분수령
통합과 분열의 기로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가 연말로 못 박은 혁신의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지도부는 일단 내년 총선 공천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공천관리위원장을 '외부 인사'로 선임하는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의 쇄신과 혁신 요구에 부합하는 인사를 내세워 불공정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개혁과 통합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28일 이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회동, 공관위원장 선임, 새해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까지 올해 마지막 한 주가 통합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파 자유로운 외부인사 공관위원장으로 '쇄신' 돌파구 마련하나
친명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공관위원장은 계파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쇄신과 혁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외부인사로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가 직접 맡을 가능성에 대해선 "전직 총리까지 하신 분들에게 예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중앙당 및 각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내년 총선 100일 전인 다음달 1일까지 구성해야 하는데, 정 전 총리와 회동 이후인 29일이 거론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가 요구하는 혁신 데드라인에 앞서 공관위원장 카드로 이탈을 막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출구 없는 치킨게임 "李 사퇴만이 살길" vs "다 죽자는 거냐"
'이재명 사퇴'를 외쳐온 비명계는 이날도 압박 전술을 이어갔다. 당내 비주류 모임 '원칙과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당대표실 안에서의 묵언 수행을 마치고 진짜 정치로 나와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대표를 향한,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이재명 사퇴'를 고수하고 있다. 유일한 대화의 조건으로 '이 대표 사퇴를 전제로 통합 비대위 구성'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 모임 소속 관계자는 "혁신과 통합 요구에 이 대표가 지금껏 어떤 액션을 보인 게 있나"라고 반문한 뒤 "당이 어떻게 되든 일단 나만 살면 되겠다는 선사후당의 전형적인 '보신 리더십'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 물밑 조율 노력에도 빈손... "조건 없는 만남" 필요성도
이들 공세에 이 대표 측이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친명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과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다. 연말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재명 사퇴'로 배수진을 치고 퇴로를 막아선 상황을 달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친명계에선 궁여지책으로 '이재명 체제 유지 후 통합 선대위'를 꾸려 이 전 대표를 예우하는 복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선거 유세 얼굴마담이나 하라는 거냐"(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반발에 효용성은 사라진 상황이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측에서 사퇴 외 다른 선택지를 잘라내는 상황이라, 현재로선 협상 여지는 0.01%도 없다"며 "선거 앞두고 다 죽자는 거냐"고 답답해했다.
연초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李 통합 행보 분수령 될 듯
물밑에서 출구 없는 치킨게임이 계속되면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조건 없는 만남'으로 직접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통합메신저'로 나선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가 이 전 대표를 포함한 '3총리'와 이 대표의 회동을 띄우는 배경이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재명 사퇴론이 왜 나오는지 이 대표가 비상한 각오로 문제점을 듣고, 구체적인 개혁, 통합 조치를 보여주면서 설득을 해야 최소한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뢰 회복이 우선, 그다음 이 전 총리를 남겨 놓을 명분을 이 대표가 성의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당내에선 이 대표에게 파국을 막을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28일로 예정된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에서 얼마나 혁신과 통합 의지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신년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도 또 다른 분수령이다. 문 전 대통령이 단일대오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며 이재명 체제에 손을 들어주면, 이 대표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 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별명이 사이다 아니었나. 거침없이 위기를 돌파하던 정치적 저력을 통합 행보에서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