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2차 테러범이 언급한 '미스치프' 전시
거대 권력, 대중 향해 도발적인 풍자 메시지 던져
자유로운 표현이면 예술? 전문가들 "언급 가치 없다"
"미스치프(MSCHF)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하고 싶었다. 난 예술을 한 것뿐."
지난 17일 경복궁 담장에 2차 낙서 테러를 했다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설모(28)씨는 블로그에서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집단 '미스치프'를 언급했다. 그의 글이 언론에 보도된 20일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트렌드'에서 미스치프 검색량은 측정 최대치인 '100'을 기록했다.
미스치프는 누구일까. 설씨의 문화재 훼손을 장난스러운 예술 행위로 볼 수 있을까.
"예술한 것"이라는 경복궁 낙서범의 터무니없는 주장
미스치프는 '장난짓(mischief)'이라는 영어 단어 작명처럼 기성 문화와 해묵은 관습, 거대 권력을 풍자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미스치프:성역은 없다(MSCHF:NOTHING IS SACRED)'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설씨는 지난달 19일 이 전시를 관람했는데 1,000개의 모자로 구성된 'MSCHF Wholesale'이라는 작품 중 모자 1개를 훔쳤다가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8,000달러(약 1,000만 원)에 '독점권'을 판매하는 작품으로, 모자 1,000개를 패키지로 구매해야 한다. 설씨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 모자 판매 글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미스치프 전시회에 동참하세요. 저와 같이 사회적 나락을 함께 합시다(갑시다)." 미스치프의 도발적 창작을 오독한 나머지 절도를 예술로 포장할 수 있다고 착각한 셈이다.
동시대 주목받는 창작그룹 미스치프의 창작 세계
미스치프의 세계는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①권력, 지배계층, 거대 자본 등을 겨냥하고 ②사회현상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만들며 ③참여형 감상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는 108개의 점으로 구성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Flumequine(2007)'의 점을 하나씩 오려낸 '108 holes'가 나왔다. 각각의 점들을 액자에 넣고 서명을 추가해 원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자본에 휘둘리는 미술 시장을 풍자하고 예술의 민주화와 해방을 표현했다.
미스치프는 사회에 시비를 거는 작업을 통해 "성역은 없다"는 메시지를 확산한다. 소금 한 톨보다 작게 만든 루이뷔통 가방을 약 8,400만 원에 판매하며 럭셔리 브랜드의 허상을 비꼬고, 앤디 워홀의 진품 1점과 가품 999점을 섞어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는 구조로 판매해 원작의 권위에 도전한다. 상자 크기만 한 시리얼 한 조각을 만들어 현대인의 과식 행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설씨의 낙서 테러나 전시품 절도와 달리 미스치프의 창작은 법의 테두리를 노골적으로 넘지는 않는다.
"표현한다고 다 예술 아냐"... 예술에도 사회적 책임 있다
전문가들은 경복궁 낙서 테러를 "예술의 범주 안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미스치프는 자본주의의 불평등, 전쟁, 기아, 난민 문제 등의 동시대적 사안에 대해 자신만의 언어와 조형 방식으로 저항하며 사회의 건강성을 추구한다"며 "어떤 미학적 가치도,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내지 못하고 교양과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는 '반달리즘'(문화유산·공공시설 등의 훼손)을 행한 경복궁 낙서범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미스치프의 작품은 예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유사 예술 행위' 혹은 '대중예술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냉철하게 평가하면서도 "사회가 창작·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예술가의 자기 책임도 중요하다는 뜻인 만큼 미스치프의 예를 들어 (설씨가) 법망을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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