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어제 첫발을 뗐다. 취임사에서 여권 위기의 본질인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해법과 정국 현안인 '김건희 특검법' 대응에 관한 입장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국민이 듣고 싶은 답변보다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야당 저격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정치인 한동훈'의 첫 일성은 기대에 미흡했다.
4,000여 자에 달하는 취임사에서 여권 최대 과제인 '당정관계'나 '쇄신'이란 표현은 일절 없었다. 취재진 질문이 있은 후에야 "동반자적 관계이지 누가 누르고 막고 사극에나 나올 법한 궁중암투는 끼어들 게 없다"며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는 거고 대통령은 대통령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답변으로 비켜 갔다. 누구나 아는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여당이 혁신위를 만들고 당대표를 교체하고 비대위를 출범시킨 게 아닌가.
'김건희 특검법안' 질문에도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이라며 "어떻게 대응할지는 제가 충분히 보고받고 당과 같이 논의하겠다"고 했다. 전날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수용 불가'로 결론 낸 사안을 이렇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특검 도입 찬성' 의견이 67%인 여론조사(한국갤럽·서울경제신문 18일 공개)와 "법 앞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과도 상충된다.
법무부 장관 당시 '더불어민주당 저격수'의 면모는 변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 개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서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이들의 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의외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선거 승리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내 공천 물갈이를 위한 신호탄인 점에서 당내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책임을 다하는 정치가 되려면 주요 현안에 대한 그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을 우선하겠다고 한 선민후사의 실천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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