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격전지 마린카 점령"... 우크라는 반박
젤렌스키 "첫 12·25 성탄 전야, 러 전투기 격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12·25 성탄절'을 처음으로 기념한 역사적인 날, 양국 희비가 엇갈렸다. 러시아는 1년 이상 공들여 온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소도시 마린카를 점령했다고 주장하며 자축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하는 동시에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발표하면서 애써 움츠러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국영TV로 중계된 회의에서 "오늘 우리 공격 부대가 마린카를 완전히 해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더 넓은 작전 지역으로 진격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성공"이라고 치하했다.
마린카는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의 주도 도네츠크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 떨어진 인구 1만 명의 도시다. 러시아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을 노리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왔다. 쇼이구 장관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입장에선 지난 5월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후, 최대 성과를 올린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올렉산드르 슈투푼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마린카에서 전투는 계속되고 있고, 아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AP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4일 러시아 전투기 2대를 격추한 점을 치하하면서 "이번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앞으로 1년 내내 좋은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드론 28대를 요격한 사실도 공개했다. 미콜라 올레슈축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과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26일에는 크림반도 페오도시아 기지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의 대형 상륙함 노보체르카스크호가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으로 파손되고, 1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러시아 흔적 지우기'의 일환인 '12·25 성탄절' 지정에 의미를 부여해 항전 의지를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시작된 대반격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최근 서방의 지원도 줄어든 탓에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전열이 흔들리지 않도록 사기를 북돋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AP도 "서방의 지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낙관적 평가"라고 짚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올해부터 성탄절 날짜를 기존 '1월 7일'에서 '12월 25일'로 바꿨다. 러시아와 함께 정교회를 믿는 우크라이나는 지난해까진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은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러시아 잔재를 없애겠다며 관련 법률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성탄절 날짜도 12월 25일로 변경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