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한 토크 #74] 가업을 이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영주두부마을 손주현 대표. 30여 년간 장사해 온 어머니의 뒤를 이어 창업에 나섰다. 물리치료사였던 그는 가업을 이어받아 요식업에 뛰어들었고, 어머니가 지켜온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2호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장사가 처음인 초보 사장. 어려움도 많았지만, 열정을 불태우며 배운 것을 곧장 실행했고 위기를 이겨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엄마에게서 딸로. 2대째 전해 내려오는 100% 토종콩 영주부석태 요리전문점 '영주두부마을'을 운영하는 손주현입니다. 30여 년간 변함없이 이어온 철학,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시작한다'는 엄마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장애인 재활을 돕는 소아 물리치료사로 15년 동안 일했습니다."
어떻게 가업을 잇게 되었나요? 부담은 없었나요?
"30여 년을 이어온 가게를 접고 이젠 좀 편한 생활을 하시겠다며,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아달라고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오랜 장사로 지치셨을 법도 합니다. 이전 가게까지 따지면 요식업에 종사하신 지 40년이 훌쩍 넘었거든요. 수백 번의 슬럼프를 견뎌냈던 엄마 말씀에 마음이 울컥했어요. 보증 문제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게에 불이 났던 기억도 떠올랐고요. 이제 내가 나설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물리치료사의 월급보다는 수입 면에서도 훨씬 메리트가 있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곁에서 엄마가 장사하는 모습을 보아왔고, 물리치료사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가게일을 해왔기 때문이에요. 다만 고생을 물려주는 것 같아 안쓰럽다는 엄마의 염려가 많았습니다."
두부마을만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부터'라는 철학으로 시작한 엄마의 장사이기에, 청국장과 두부를 만드는 모든 재료는 이곳 영주에서만 생산하는 '영주 부석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석태는 2015년 '부석태 1호'라는 이름으로 국립종자원에 품종이 등록된 명품 콩입니다. 100알의 콩 무게가 35g 이상인 극대립종으로, 국내 생산 콩 중 콩알의 굵기가 가장 굵고 감칠맛이 뛰어난 100% 토종 재래콩입니다."
초보 사장으로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엄마보다 더 잘 할 거라고 자신있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참 많았습니다. 직원 관리부터 고객 응대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더군요.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가 없었기에, 직원이나 고객들과의 마찰을 순조롭게 해결하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혼자 몰래 울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40년 가까이 음식 장사를 해오며 지혜롭게 이겨낸, 내 인생 최고의 멘토임과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인 엄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어떻게 극복하려 노력하셨나요?
"요식업도 공부해야 살아남습니다. 영주두부마을을 시작하고 2년 간은 주위 식당이 많지 않아 큰 노력 없이도 그럭저럭 운영됐어요. 우리 매장이 위치한 영주 택지가 신도시로 각광받게 되자 식당이 많이 들어서게 됐고, 그 시점부터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어려웠던 시기, 이렇게 환경만 탓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출을 늘리고자 배달도 시작하고, 장사 공부를 위해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에서 배울 점들은 바로 매장에 적용도 했고요. '한국형 장사의 신'을 쓴 김유진 사부의 교육을 비롯해 여러 교육을 듣고자 서울로, 대구로 3년을 쫓아다녔습니다. 배운 대로 적용하고 실행하니 신기하게도 매출이 올랐어요. 차별화를 위해선 역시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업 외적으로 관심을 갖고 진행 중인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리치료사 일을 하며 오랫동안 장애인 복지관에 근무했고, 그러다 보니 지역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지역민들이 많이 찾아주신 덕분이죠.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습니다. 처음엔 '돕는다'는 관점이었지만, 요즘엔 오히려 더 많은 걸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엔 'LG유플러스 착한가게'로 선정돼 상품과 가전, 그리고 여러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 해였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리 영주두부마을의 부석태 청국장을 전국에 알리고 싶어요. 며칠 전 한 고객님이 '50년 넘게 살며 경상도로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처음 먹어본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본인이 사는 곳에도 두부마을식당이 있어 부석태 청국장을 맛봤으면 좋겠다고도 이야기하셨습니다. 여러 고객의 성원에 힘입어 부석태 청국장을 주제로 가맹사업을 계획, 진행 중에 있습니다. <황금뚝배기>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날 영주두부마을을 많이 기대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